산업연, 종전 후 산업별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 발간
지난달 3일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MOU) 체결로 종전 국면에 진입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비용 충격과 산업별 회복 격차는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쟁 위험 보험료·운임·통항 비용 등 일부 비용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회복 속도 역시 산업에 따라 ‘K자형’으로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이 2일 발간한 ‘미국·이란 종전 이후 호르무즈 리스크와 한국 산업 영향 및 대응 방향: 비용·경로 재편과 산업별 회복 격차를 중심으로’ 보고서는 호르무즈 봉쇄 기간의 에너지 가격 급등만으로 한국 제조업 생산비가 약 4.7%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체 산업 기준으로는 3.7%, 서비스업 기준으로는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MOU 발효 이후에도 무력 충돌이 재연되고 있다며 향후 완전한 종전도 전면전도 아닌 저강도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60일 무상 통항 이후 수수료·해상서비스 비용의 지위도 불분명해 통항 관리와 비용 부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잔존한다”며 “특히 핵 문제는 사찰·검증까지 합의해야 하는 최난도 쟁점으로, 2015년 본협상에만 약 2년이 걸린 점에 비춰 60일 시한 내 최종 타결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도 사라지지 않는 비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980년대 전쟁 당시에도 종전 이후 통항·보험 정상화에 1년가량 걸렸고, 보험료 정상화에는 수년이 걸린 만큼 단기 정상화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종전은 산업 충격을 해소하는 계기가 아니라 전쟁으로 오른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지와 신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산업 격차를 고착시키는 K자형 분기점으로 규정했다.
조선은 LNG 공급선 다변화와 미국 LNG 프로젝트 확대에 따른 고부가 LNG 운반선 수요, 중소형 유조선 수요가 기회가 될 수 있다. 방산 역시 걸프 지역의 미사일·드론 방어 수요와 조달 다변화 흐름 속에서 중간층 방공체계 공급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반도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서 진행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의 경우 선진시장 수요 둔화, 고유가·관세 부담, 소비심리 약화가 겹치면서 회복이 제한될 수 있다.
보고서는 “통항·보험·운임·제재 리스크를 일시 요인이 아닌 구조적 안보 비용으로 인식해 계약·보험·무역금융 리스크 관리 체계에 상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별 기회와 위기를 파악해 기회 요인이 있으면 금융·보증·현지화·수주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위기에 대해서는 비용 보전과 조달 안정 지원 등 차등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