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호 시장, 취임식서 로봇이 팻말 전달 장면 연출
예산 1200만원 소요···부산·광주 등 취임식 생략
시 “반도체 향한 의지”···시민단체 “보여주기식”
김장호 구미시장(왼쪽)이 지난 1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반도체 유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김장호 구미시장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산업용지를 헐값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한 데 이어 취임식에서 로봇을 동원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역 시민단체는 “보여주기식 행사”라며 비판했다.
2일 구미시 등에 따르면, 전날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김 시장 취임식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했다. 이 로봇은 시민과 공직자 등 1000여명이 자리한 객석 통로를 따라 걸어 들어온 뒤 ‘반도체 포기는 없다’고 적힌 손팻말을 김 시장에게 전달하는 ‘그림’을 연출했다.
구미시는 이번 퍼포먼스를 위해 경기도의 한 업체에서 로봇을 임차한 것으로 파악됐다. 로봇 임차 비용은 300만원이며, 구미시가 김 시장 취임식에 사용한 예산은 1200만원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시장은 지난달 25일 구미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생산시설인 팹(Fab)을 유치하기 위해 구미국가산업단지 5단지 2단계 부지를 3.3㎡당 1000원에 공급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내놨다.
해당 부지의 분양가는 3.3㎡당 148만원 수준이다. 전체 부지 약 270만㎡가 반도체 팹 부지로 활용될 경우 지원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경북 구미시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지난 1일 열린 김장호 구미시장 취임식에서 참석자들이 ‘반도체 포기는 없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구미시 제공
구미시는 팹 조성에 5~7년이 걸리는 만큼 지방채 발행과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구미시 재정자립도는 26.09%, 통합재정수지는 1043억원 적자로 공시돼 있다.
구미경제정의실천연합은 구미시의 대응이 보여주기식 행사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총장은 “반도체 생산기지 유치는 국가 산업정책 차원의 문제인데, 재정 여건이 열악한 기초단체가 빚을 내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풀 수는 없다”며 “세금을 들여 로봇 이벤트를 할 때가 아니라 시장과 도지사, 지역 정치권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취임식을 간소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구미시가 반도체 유치 메시지를 앞세운 행사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재수 부산시장과 김상욱 울산시장,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은 취임식을 생략한 바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반도체 팹이 호남권으로 결정되면서 대구·경북(TK) 정치권의 무기력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김 시장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1000원 분양’ 제안에 이어 취임식까지 반도체 메시지를 앞세운 것은 차기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두고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대구·경북 정치권을 향한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가 저렇게 쇠락한 것은 지역 정치인들 탓”이라며 “능력이 안 되니 지역감정이라도 내세워 국회의원 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이 가련하다”고 적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도 ‘TK 소외론’에 대해 지역 정치권의 무능을 가리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