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압도적 환호 뒤에는 여러 쟁점이 존재한다. 여야 사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들 때문에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지만 팩트체크를 해야 할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 있다. 이 메가프로젝트가 한국의 기후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지난 6월29일의 국민보고회에서 기후 목표와의 관련 여부가 이야기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다. 18쪽짜리 보고회 설명 자료에는 ‘기후’라는 단어가 딱 두 번 나온다. 하나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석유에서 전기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구절이다. 기후변화는 배경으로 지나가며 언급될 뿐, 메가프로젝트가 추가로 발생시킬 온실가스 배출 같은 이야기는 없다.
또 하나는 사업의 절차를 빠르게 하기 위해 환경 등 관계 기관들이 신속 인허가에 협조하라는 구절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은 기후 보호가 아니라 사업 지원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3대 메가프로젝트에 포함된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을 공급하려면 몇년 사이에 신규 발전원 설치가 불가피할 것이다. 추가로 필요한 전력이 원전 20기 분량이라는 보도도 나오는데, 대형 원전이든 SMR이든 반대를 무릅쓰고 신규 물량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10년 이상이 필요하고, 재생에너지 100GW 확충 계획이 있지만 이것은 탈석탄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결국 단기간에 추가 가능한 가스 발전을 건설하게 될 것인데 이는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법령으로도 명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매년 2000만t 이상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
정부는 메가프로젝트로 인한 배출 증가를 전혀 말하지 않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의 예상을 대략 종합하면 반도체 팹(fab)과 데이터센터로 인해 추가될 직접 배출량만 한 해에 2000만t에 육박할 것 같다. 국가 배출량 감소 자체가 안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임무는 정부에 있지만, 기후부 장관은 전력과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만 연일 늘어놓고 있다.
돌이켜보면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먼저 추진하다가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형 그린 뉴딜을 추가했다. 거꾸로 이재명 정부에서는 한국형 녹색대전환(GX)을 추진하다가 인공지능 대전환(AX)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번 메가프로젝트를 계기로 GX는 AX에 밀려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형 국책사업과 대기업의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녹색대전환이라는 대안 경로의 미약한 불빛은 꺼져버렸다.
누군가는 먹고살아야 하는데 기후쯤은 좀 뒤에 챙겨도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말도 팩트체크 대상이지만, 적어도 대통령과 담당 장관이 앞장서서 그런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어떤 기업과 시민이 구태여 귀찮고 손해 보는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겠는가.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