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전쟁이 기술의 진보와 함께 더욱 정밀해지고 신속해질 것이라 믿어왔다. 고도 정밀 유도 무기와 첨단 하이테크 전력으로 무장한 현대전은 짧은 기간 내에 압도적인 화력으로 승패를 결정짓는, 이른바 ‘외과 수술식 타격’이 될 것이라는 환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의 전장은 현대전의 이미지를 처참하게 짓밟았다. 값싼 비대칭 무기가 최첨단 무기를 제압하며, 전쟁의 양상을 1차 세계대전과 같은 소모전으로 퇴화시키는 거대한 역설이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의 분쟁은 이 교본이 얼마나 허구에 가까운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미 군사 기구는 이번 전쟁에서 1만3000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자랑하지만, 그 실상은 경제적 파산에 가깝다. 목표물 하나를 타격하는 데 소모된 비용만 평균 400만달러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치명적인 구조적 비용 비대칭성이다.
미국은 수백만달러짜리 요격미사일을 쏘아 올려 고작 2만달러짜리 드론을 잡는 데 급급했다. 적의 저가형 드론을 막기 위해 국가 핵심 전력을 쏟아붓는 기형적인 전쟁 방식은 승패를 떠나 군사적 지속 가능성 자체를 부정한다.
이번 전쟁에서 미군은 고고도요격미사일인 사드(THAAD)를 150발 소모했다. 미군이 연간 12발씩 사드를 새로 구매하는 속도로는 한 달 치 소모량을 보충하는 데만 무려 12년 반이 걸린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고, 한 발당 2870만달러에 달하는 SM-3 미사일은 재고가 극히 부족해 실용성을 상실했다. 800여발이 소모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재고를 회복하는 데만 2030년까지 매달려야 한다. 미국의 전쟁학자 피터 싱어는 이런 전력 소모로 “앞으로 5년간 미국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전쟁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현재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모전의 잔혹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개전 이래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140만명에 육박한다. 매월 2만7000명을 징집하지만, 전장에서 3만명 이상이 사라지는 기괴한 불균형 속에서 전쟁은 끝없는 늪이 되었다. 이는 냉전기 소련군이 치른 모든 전쟁 전사자 총합의 9배에 달하는 희생이다. 전쟁 초기 2 대 1이었던 우크라이나 대 러시아 사상자 비율은 이제 8 대 1로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손실을 넘어, 인간의 생명을 숫자로 치환해 전선에 말 그대로 ‘갈아 넣는’ 전근대적 파멸의 재연이다. 이 참혹한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통해 전쟁의 문법을 재정의했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드론과 ‘호넷(Hornet)’ 등 첨단 무인기 체계를 활용해 전선 곳곳에 ‘킬존(Kill Zone)’을 형성하고 러시아군의 기동을 조직적으로 차단한 혁신의 결과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강요한 전쟁 비용 부과 방식으로 이란은 미국에 값비싼 전쟁 비용을 부과했다. 이에 놀란 트럼프 행정부는 1조5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국방비 투입을 결정했다.
‘리플리케이터(Replicator·소모성 드론 대량 배치 사업)’, ‘협력형 전투기(Collaborative Combat Aircraft·유인기와 편대를 이루는 AI 무인기)’,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DAWG(Defense Autonomous Warfighting Group·국방 자율전쟁 그룹)’ 구축에 540억달러가 새로 편성되었다.
제대로 된 교전 규칙과 전쟁 수행 주체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이브마인드(Hivemind)’라 불리는 이 기술에 열광하며 돈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수천대의 드론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전장을 압도하는 능력을 구현한다. 그러나 이런 ‘알고리즘 전쟁’은 인간을 전쟁터에 갈아 넣으며 소모시키는 거대한 ‘전쟁 지능’의 탄생을 의미할 뿐이다.
가자지구, 이란, 레바논, 우크라이나에서 인공지능은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잔혹한 살인기계로 진화했다. 그 어떤 윤리적 한계나 정교한 교전 규칙도 없고, 국제법도 없는 무법지대다. 여기에는 러시아에서의 희생을 거울삼아 새로운 군사 혁신을 도모하는 북한도 있다.
수천대의 드론이 군집 지능으로 전장을 뒤덮기 전에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은 ‘새로운 대량살상을 불러올 알고리즘 전쟁’을 ‘누가 어떤 철학과 규칙으로 통제할 것인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의 혁신을 넘어, 기술의 폭주를 제어하고 통제하는 새로운 전쟁 기준이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