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절벽 속 긴급 정책 토론회
변창흠 전 장관 “주거 약자 부담 가능한 ‘중층’ 주택 유형 만들자”
‘닥치고 공급’ 한계…비아파트 늘려야 전·월세 시장 안정 의견도
최근 ‘닥치고 공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공급 ‘절벽’ 사태가 커지자 정책의 초점을 고가 아파트에서 저렴한 주택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평당 2억원짜리 아파트를 공급해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비아파트 시장 등에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공급절벽과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 정책 토론회’에서 “이재명 정부는 수요 억제책은 쓸 수 있는 건 다 썼다”며 “획기적인 공급 방안을 내야 집값 상승 곡선을 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우선 공급이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급의 90% 이상이 아파트다. 다세대, 다가구, 연립 등 저렴한 주택 유형은 공급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3억~5억원으로 살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이 아예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아파트 위주 공급은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추가분담금도 커져 원주민이 재입주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제 재개발·재건축 이후 원주민 재정착률은 27.7%(서울연구원 조사)에 그친다. 또한 사업성이 낮은 정비사업지 다수가 초기 단계에서 멈춰 있다고 변 교수는 설명했다. 변 교수는 “신반포 16차 아파트 79㎡를 분양받으려면 14억원을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며 “이는 주거복지 사업이 아니라 돈 투자 사업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닥치고 공급’이라지만 평당 2억원짜리를 공급해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변 교수는 저층 빌라와 고층 아파트로 양분된 현재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부담 가능한 중층 주거지’를 공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취약계층과 주거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주택 유형이 필요하다”며 “8~12층, 용적률 최대 400%인 중간형 주택을 만들자”고 말했다.
주차장 관련 규제 완화만으로도 공사비를 낮출 수 있다고 변 교수는 말한다. 서울시는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에서 1층 필로티 주차를 제한하고 지하주차장을 의무화해 공사비 상승과 부지 확보난을 함께 겪고 있다. 그는 “블록 단위 공유주차장 제도만 도입해도 전체 주택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 원장도 “주택 생태계에 아파트라는 황소개구리만 있다”며 “비아파트 공급을 2018년 수준으로 복원해야 전월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거 공급이 단지형 아파트 위주로만 이뤄지다 보니 연간 10채, 20채씩 소규모로 공급하던 사업자들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밝혔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정부 공급 정책을 두고 “경각심이 없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 5·9 양도세 중과 대책 이후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 집값이 하락하자, 이를 마치 성공적인 부동산 대책인 것처럼 포장하는 여론이 형성됐다”며 “이제 매물이 소진돼 가격이 오르니 뒤늦게 ‘닥치고 공급’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말이나 올 초에 강력한 공급 대책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3대 메가프로젝트급의 진정성을 가진 공급 대책을 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입주 가능한 공급을 늘리기 위해 리모델링이나 공실 활용, 도시생활주택 등 다양한 방식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