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정부세종청사와 박연문화관, 도시상징광장 등을 주요 배경으로 활용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열풍이 현실판 ‘교권보호국’ 논의로 번졌다. 훈육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초법적 권한을 행사한다는 설정은 공교육 현장의 붕괴, 무너진 교권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토대로 큰 관심을 끌었다. 다만 드라마의 통쾌함이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교육감이 직접 교권보호국 구상을 띄우고 토론회, 교육부의 정책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중·고등학생 7명에게 교실의 현실은 어떤지, 참교육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등을 들어봤다.
학생들은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기 어려워진 현실에는 공감하면서도 드라마 설정은 실제보다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이윤서양(17)은 “문제 학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말을 안 듣거나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정도”라며 “드라마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효진양(18)은 “드라마처럼 극단적인 일은 거의 없으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로 선생님이 어려워하는 모습은 학교에서도 봤다”며 “사람들이 왜 공감하는지, 왜 인기가 있는지는 이해가 된다”고 했다.
학생들은 교사가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도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학교 안팎의 구조적 문제들을 꼽았다. 학교 폭력은 과거와 달리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따돌림 같은 사례가 늘며 교사가 개입하기 어려워졌고, 학부모 민원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면서 사태를 키우는 일도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맞물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줄어드는 악순환도 이어진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김양은 “학생들 사이 갈등이 생겨도 학교가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선생님들도 단호하게 처리할 수도 있을 텐데, 학생보다 학부모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수군(18)은 “수행평가, 출결 문제로 학부모와 실랑이하는 선생님들도 본 적 있다”며 “내신이 중요하다 보니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듯한데 선생님이 힘들어 보이긴 했다”고 말했다. 정모양(18)은 “성적이 중요해지는 고학년이 될수록 선생님이랑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어지기도 한다”며 “선생님께 말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예고편 장면. 넷플릭스 제공
학생들은 그러나 교권보호국 같은 조직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군은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는 최대한 학교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학교는 말 그대로 학생을 교육하는 곳인데, 교육 자체를 다른 기관에 맡겨버리면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교권보호국처럼 강압적인 방법은 현실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 필요 없다고 본다”며 “물리적으로 학생을 제압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대신 교사가 필요할 때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이양은 “선생님 혼자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일이 분명히 있다”며 “교육청 등에서 이런 문제를 바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승원군(18)은 “교권이 약해져 피해를 보는 학생들도 많다 보니 선생님의 권한을 지금보다 키워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 인권연대 ‘지음’에서 활동하는 성령(15·활동명)은 “교권과 학생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교사에게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것과 학생 인권 보장은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교사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악성 민원 대응과 같은 행정 지원 등은 교육청과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교육청 등이 이런 역할을 회피해 교사 개인에게 부담이 집중됐다. 제도가 마련돼야 <참교육>으로 불거진 교권보호국 여론이 잠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학생들이 바라는 학교의 모습도 응징이 난무한 드라마와는 달랐다. 이군은 “학교는 학원이 아니니까 성적을 올려주는 일타 강사 같거나, 생활기록부를 잘 써준다고 좋은 선생님은 아니라고 본다”며 “학생을 이해하면서도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어른이 진짜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김지은양(13)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생활 지도 역시 하나의 교육”이라고 말했다. 정양은 “선생님은 학교생활을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성적 말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상적인 학교는 평생 기억할 추억을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