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전통과 트렌드가 공존하는 충남 대표 여행지다. 천년 고찰 수덕사는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한다.
2025~2026 충남 방문의 해에 가장 주목받는 이름은 예산이다. 유서 깊은 고찰과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그리고 전통시장의 화려한 부활까지. 세대도 취향도 다른 여행자들이 각자의 이유로 예산에서 걸음을 멈춘다. 좁은 시장 골목에는 젊은 여행자들이 줄을 서고 수덕사 처마 아래에선 중장년 여행객들이 천천히 시간을 보낸다. 출렁다리 위에서는 너나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어댄다. 예산은 지금 옛 감성과 요즘 감성을 고루 품은, 세대를 잇는 로컬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단청이 사라진 자리에 깃든 소박함
오래된 감성의 중심에는 수덕사가 있다. 덕숭산 자락에 자리한 수덕사는 백제 시대에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설로 지명 법사가 세우고 이후 원효가 고쳐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천 년이 넘는 역사만큼이나 국보인 대웅전을 비롯해 보물급 불화와 석탑, 충청남도 지정 문화재까지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선문부터 시작해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과 황하정루를 지나면 가장 위쪽에 대웅전이 있다. 여러 개의 문을 거쳐 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고려 충렬왕 때 세워진 대웅전은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손꼽힌다. 긴 세월 속에 예전 화려했던 단청은 거의 사라져 볼 수 없지만 덕분에 목재 본연의 색과 질감, 전통적인 건축 기법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정면보다 측면에서 바라볼 때 이런 특징들이 잘 드러난다. 건물을 옆에서 보면 기둥 가운데 부분이 약간 불룩한 배흘림기둥임을 알아챌 수 있다. 특히 부드럽게 휘어진 맞배지붕의 처마선과 조화를 이루는 박공은 짜임새와 비례미가 뛰어나 한국 목조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대웅전 서쪽 백련당 뒤편에는 소원 성지로 불리는 관음바위가 있다. 바위에 얽힌 여러 가지 유래 가운데 관세음보살이 여인의 몸으로 나타나 절을 크게 중창시키고 사라졌다는 전설이 흥미를 끈다. 옛적 수덕사 중창 불사를 돕기 위해 찾아온 여인에게 신라 재상의 아들이 청혼했는데 불사가 완성되면 혼인을 허락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불사 낙성식이 끝난 뒤 여인이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며 방으로 들어간 후 오랫동안 기척이 없어 방문을 열었더니 여인은 사라지고 커다란 바위만 남아 있더라는 이야기다. 이후 사람들은 관세음보살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믿게 되었고 바위는 소원을 비는 성스러운 장소가 되었다. 간절히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하니 잊지 말고 들러보자.
경내에는 수천 점의 불교 문화재를 소장한 성보박물관(근역성보관)과 만공기념관이 자리하며 백운당과 심연당, 완월당 등 템플스테이 전용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황하정루 주변에 있는 코끼리 석등과 포대화상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내려가는 길목에 들러야 할 곳이 하나 더 있다. 일주문 인근에 보존되어 있는 수덕여관은 예산 출신인 화가 고암 이응노가 1944년에 사들여 작품 활동의 터전으로 삼은 곳이다. 한국전쟁 때는 피란처로 쓰였다가 1950년대 말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수덕사 일대 풍경을 화폭에 담는 작업실 역할을 했다. 고향 산천에서 담금질한 예술혼이 일주문 옆 바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예당호를 즐기는 세 가지 방법
예당호 출렁다리는 남녀노소가 즐기는 관광명소다.
수덕사를 나선 후엔 푸른 호수로 걸음을 옮겨보자. 예당호는 1964년 완공된 농업용 인공 저수지로 둘레만 40㎞에 달하는 충청남도 최대의 호수다. 예전엔 낚시꾼들만 드나드는 한적한 곳이었지만 2019년에 출렁다리가 놓이면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높이 64m 주탑을 축으로 양옆으로 길게 늘어뜨린 케이블이 거대한 새가 희고 긴 날개를 펼친 듯 우아하게 보인다.
예당호 출렁다리 길이는 402m다. 다리가 그리 높지 않은 데다 둘, 셋이 함께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여유로워 한층 안정감이 있다. 성인 기준 3000여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문제없을 만큼 안전하게 설계되었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살짝 흔들릴 때마다 가슴도 덩달아 콩닥거린다.
중간에 전망대를 겸한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산에 둘러싸인 호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어디선가 불어온 한 줄기 바람에 머릿속 잡념들을 훌훌 날려 버린다. 호수에 설치된 분수에서는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하늘 높이 뿜어져 나온다. 최대 110m까지 솟아오른다니, 이리저리 춤추듯 펼쳐지는 분수쇼에 여름 무더위도 잊게 된다. 간혹 호수 주변에 떠 있는 방갈로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기도 한다. 여행 중에 받은 작은 환대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주말이나 행사가 있는 날에는 출렁다리 앞 수변 무대에서 작은 음악회와 예술공연도 펼쳐진다.
예당호 출렁다리를 왕복하는 데 15분 정도 소요된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출렁다리와 이어진 느린호수길도 걸어 보기를 권한다. 예당호 중앙 생태공원까지 덱을 따라 조성된 5㎞ 남짓한 산책 코스로 누구나 쉽게 다녀올 수 있다. 호수와 어우러진 들녘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름처럼 ‘느린’ 여행을 꿈꾸게 한다. 풍요롭고 넉넉한 풍경에 마음도 평온해진다.
작년에 개장한 예당호 전망대는 출렁다리와 더불어 예당 관광지를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사과를 본뜬 재미난 외형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3층 전망대에 오르면 유리창 너머로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너른 호수와 주변 산세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예산을 찾는 여행자들의 동선에서 빠지지 않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전망대를 한 바퀴 천천히 돌아오는 동안 예산이 품은 매력을 하나둘 발견하게 된다. 일부 구간은 바닥에 투명 강화유리를 설치해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아찔함을 선사한다. 이곳에서 자신의 담력을 테스트해봐도 좋다.
예당호를 즐기는 마지막 방법. 바로 모노레일이다. 최대 시속 4㎞로 달리는 미니 열차를 타고 호숫가와 언덕을 오르내리며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여름에는 저녁 9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야간 코스로 잡아도 제격이다. 2022년 개통될 당시 국내 최초의 야간 운행 산악형 열차로 소개되기도 했다. 주말에는 대기줄이 길고 현장 당일 발권만 가능하므로 도착하자마자 티켓부터 끊기를 추천한다. 예당호 출렁다리와 전망대는 무료다.
오래된 시장이 가장 힙한 이유
MZ세대까지 사로잡은 예산시장은 정육점에서 구입한 고기를 장터광장에서 구워 먹는 재미가 있다.
요즘 예산에서 가장 트렌디한 곳이 예산시장이다. 시장의 역사는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1년 현재 자리로 이전한 뒤 1980년대까지 인근 우시장과 함께 지역 상권의 중심을 이루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함께 시장에도 긴 침체기가 찾아왔고 점포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2023년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예산군과 더본코리아가 손을 잡고 시장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감성적인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사과를 비롯해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독특한 메뉴들도 SNS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후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넘기며 전국에서 손꼽는 전통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예산시장은 지금도 상인회를 중심으로 자생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예산시장의 중심인 장터광장은 옛 시장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푸드코트다. 드럼통 같은 낮은 식탁에 플라스틱 의자들을 다닥다닥 붙여 놓아 옛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시장 안에서 산 음식들을 이곳에서 먹을 수 있다. 시장 한복판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산 후 불판 대여점에서 도구들을 빌려 장터광장에서 구워 먹는 이들이 많다. 주말에는 자리 확보 경쟁이 치열하므로 되도록 점심시간은 피하거나 한적한 평일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이 거꾸로 돌아간 느낌이다. 레트로 감성으로 꾸민 작은 매장들과 아이디어 넘치는 먹거리들이 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예산 사과로 만든 애플파이와 사과샌드는 물론 사과 소보로, 사과 약과 등 이색 디저트들이 입맛을 당긴다. 쫄깃한 국수와 시장 닭볶음, 연탄 불고기 등 익숙한 먹거리도 눈에 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엔 정겨운 다방 콘셉트 카페에서 차 한 잔 여유를 누리며 남은 시간을 즐겨보자. 예산시장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충남 투어패스는 도내 관광지, 카페, 체험시설, 숙박업소 등을 모바일 티켓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관광 상품이다.
구매한 티켓 시간 내에 제휴된 장소들을 1회씩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권, 48시간권으로 구성되며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행 전에 충남관광 누리집에서 예산 지역 가맹점들을 확인하고 동선을 미리 계획한다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