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자주 마주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숫자가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입니다. 3일 기준 환율(주간 거래 종가)은 34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4~6월) 평균 환율은 1501.64원입니다. 분기로 보면 외환위기였던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28년 3개월 만에 처음 1500원을 넘어선 것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환율은 1300원대이었습니다.
오늘 [경제뭔데]에서는 올 하반기에는 고공행진 중인 환율이 내려올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특히 하반기엔 변수가 있습니다. 24시간 외환시장 개방입니다. 오는 6일부터 시행되는데요. 환율의 방향성 짚어보겠습니다.
전문가들 예상을 뛰어넘는 환율 상승
최근 가파른 환율 상승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 미스터리’라는 보고서에서 “연료 가격 상승에 취약한 경제구조, 연준 금리 인상 부담, 엔화와의 동조화를 감안해도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과도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경제성장 전망 상향 조정,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보면 원화가 강세여야 하는데 이상하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대규모 매도세를 환율 급등의 주요 요인으로 꼽습니다. 반도체주를 필두로 올해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 조정(리밸런싱)에 나섰고 이 여파로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겁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49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원화가 엔화 약세에 동조하는 양상도 환율 상승의 복합적인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주식시장의 유례없는 호황에도 불구하고 내국인의 여전한 대미투자 선호와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비중 관리를 위한 역설적인 매도가 주가지수와 환율의 대비되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환율이 떨어지기 위한 핵심 조건도 결국 외국인의 투자 향방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임환열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 예상 범위를 1440~1560원으로 제시하면서 “한국이 인공지능(AI) 투자 낙수효과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과 반도체 시장의 공급자 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향상이 가시화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2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4시간 외환시장 개방, 환율에 미칠 영향은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상당히 복합적입니다. 이 복잡한 구조에 올해 하반기엔 변수가 하나 추가됩니다. 바로 24시간 외환시장 개방입니다.
현재 외환시장은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만 거래됩니다. 그러나 오는 6일부턴 거래시간이 24시간으로 확대됩니다. 외국인 투자자나 수출입 업체가 한국 기준 새벽 시간에도 실시간 환율로 외환 거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접근성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죠.
24시간 개방의 효과는 긍정·부정 효과 두 가지가 다 거론됩니다.
먼저, 24시간 개방되면 환율에 영향을 주는 충격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새벽 2시 이후 발생한 글로벌 이슈가 오전 9시 개장에 맞춰 한꺼번에 반영돼 환율이 급등락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4시간 개방하면 변동성을 일으킬 충격을 실시간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외환시장이 돌아가지 않는 시간대에서 벌어진 역외선물환시장(NDF)의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반대로 외부 충격에 24시간 노출되는 만큼 거래량이 적은 야간 시간대에서 단기적으로 환율이 급등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두고 “배수구는 넓어졌지만 방파제는 낮아졌다”고 표현하면서 “충격의 실시간 노출과 얇은 야간 유동성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요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럼에도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중장기적으로 환율 안정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환시장이 24시간 개장하면 한국 증시 투자 등을 위해 원화를 필요로 하는 외국인 개인 자금들이 유입될 수 있고 수급의 한 축으로도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선임연구원도 “글로벌 투자자의 24시간 유동성 공급이 안착하면 중장기적인 환율 안정성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3일 원·달러 환율은 30.2원 내린 1526.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돌며 달러 강세가 주춤하자 30원 이상 내린 건데요. 그래도 여전히 1500원대로 높은 수준입니다. 언제쯤 1300원, 1400원대 환율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