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와규 전문 레스토랑 상우가든 ‘오너 부처’ 박주영
호주 청정우 홍보대사이자 오너 부처로 상우가든을 운영하는 박주영 셰프가 고기 손질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마블링만 보고 고르기?
“요리와 식감 고려해 부위별로 다른 선택을”
깨끗한 물·사료와 국가적 이력 추적 체계
호주 청정우의 경쟁력
유튜브 ‘채고의 밥차’로 전국 누비며 ‘응원 한 끼’
“나물·스테이크 잘 어울려”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상우가든을 운영하는 박주영 셰프는 자신을 단순히 셰프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그는 ‘오너 부처(Butcher:정육셰프)’다. 직접 고기를 고르고, 손질하고, 유통까지 고민한다. 주방과 정육, 식탁과 생산지를 함께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10년 넘게 소고기를 다뤄온 그에게 “좋은 고기란 무엇인가”를 묻자 의외로 단순한 답이 돌아왔다. “좋은 고기는 결국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등급이나 가격보다 먼저 생산부터 유통,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투명한지를 본다고 했다. “수입·유통을 직접 하는 입장에서 보면 결국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해요. 어디서 길러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알 수 있어야 하죠. 좋은 고기는 맛 이전에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박 셰프가 호주산 소고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호주 시드니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요리 전공자가 아니었다. 토지경제학을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부동산 개발 회사 등 여러 직장을 거쳤다. 하지만 회사 생활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나는 결국 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렇게 평소 관심을 가져온 수제버거 음식점을 시작했다. 직접 원육을 갈아 패티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소고기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브런치카페를 운영하다 어느새 스테이크와 정육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소 한 마리에서 30~40개 넘는 부위가 나오잖아요. 공부하면 할수록 재밌더라고요.” 그 호기심은 결국 을지로의 호주산 와규 전문 레스토랑 ‘상우가든’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와규 전문 수입사까지 운영하며 호주산 와규를 국내에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채고의 밥차’에서 박주영 셰프(왼쪽)와 개그우먼 이은형이 요리를 하고 있다.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 제공
박 셰프는 최근 몇년 사이 국내 소비자들의 소고기 선택 기준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원산지에 대한 선호가 절대적이었다면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훨씬 객관적이에요. 가격과 품질은 물론 사육 환경, 지속 가능성, 식문화 경험까지 함께 보죠.” 특히 호주의 자연환경과 축산 시스템은 이런 소비 성향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호주는 세계적으로도 넓은 목초지를 기반으로 한 축산업이 발달한 나라”라며 “소들이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자라고 깨끗한 물과 사료를 바탕으로 사육되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는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 중 하나로, 국가 차원의 이력 추적 시스템(NLIS)을 운영하며 사육부터 유통까지 관리하고 있다. 박 셰프는 “이런 체계적인 관리와 안정적인 품질이 호주산 소고기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꼽는 호주산 와규의 강점은 또 있다. 다양성과 균형이다. “일본 와규는 지방이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반면 호주산 와규는 마블링과 육향, 식감의 균형이 잘 맞는 편입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 안정적인 공급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소비자들이 흔히 ‘마블링이 많을수록 좋은 고기’라고 생각하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등급은 소의 한 부위를 기준으로 평가한 거예요. 등급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내가 어떤 요리를 할 건지, 어떤 식감을 원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국거리라고 해서 반드시 한우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박 셰프는 “호주 청정우도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호주산 소고기는 깔끔한 육향과 담백한 맛이 장점”이라며 “특히 양지나 사태 같은 부위는 오래 끓였을 때 국물이 맑고 깊게 우러난다”고 설명했다. 미역국, 뭇국, 장터국밥 같은 한국식 국물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상우가든은 등심과 안심 같은 인기 부위뿐 아니라 데클(립아이를 감싼 부위), 립캡(새우살), 안창살 등 특수부위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박 셰프는 “손님들에게 조금 더 새로운 경험을 드리고 싶다”면서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치는 부위에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했다.
호주청정우 유튜브 채널 콘텐츠 ‘채고의 밥차’ 시리즈에서 박 셰프가 소개한 호주청정우 갈비구이(위)와 청국장라이스·참나물강회. 유튜브 갈무리
그는 최근 호주축산공사의 유튜브 콘텐츠 ‘채고의 밥차’를 통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호주청정우를 활용한 요리를 직접 만들어 사람들에게 응원의 한 끼를 전하는 프로젝트다. 박 셰프는 이 캠페인의 가장 큰 매력으로 ‘사람’을 꼽았다. “비슷한 캠페인은 있었지만 ‘채고의 밥차’는 응원이 중심이에요. 직접 현장을 찾아가고, 그분들에게 맞는 메뉴를 고민하죠.”
실제로 그는 촬영 전에 방문할 대상의 나이와 직업, 생활환경을 꼼꼼히 살펴본다. 시니어 모델들을 만날 때는 부담 없는 식감과 영양을 고려하고, 다른 현장에서는 계절 식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조합을 연구한다. 박 셰프는 “당귀나 취나물, 참나물 같은 우리 식재료도 스테이크와 정말 잘 어울린다”며 “호주 청정우이지만 다양한 레시피, 특히 한식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다. 연습 때는 완벽했던 메뉴가 현장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내기도 한다. 그는 “레시피를 몇 번씩 다시 연구한다”면서도 “그 과정이 힘들지만 재밌다”고 했다.
그는 방송보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반응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 셰프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친구들이 연락해와서 ‘생각보다 말 잘하네?’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사실 그가 처음부터 대중 앞에 서는 걸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2023년 호주청정우 홍보대사를 제안받았을 때도 망설였다. 원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가 호주산 소고기에 대해 오래된 선입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혹여 과거 안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고기 자체의 품질을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유통이나 관리 문제인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직접 경험해보길 바란다. “스키야키나 샤브샤브처럼 편한 요리부터 시작해 보세요. 이미 많은 분이 호주산 소고기를 드시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원산지에 대한 선입견보다 객관적으로 맛을 보는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채고의 밥차’가 지금보다 더 먼 곳까지 달려가기를 기대한다. 박 셰프는 채고의 밥차를 단순한 푸드트럭 행사가 아니라 ‘사람을 찾아가는 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정말 응원이 필요한 산골 마을이나, 좋은 소고기를 접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도 찾아가보고 싶어요.” ‘좋은 고기의 기준은 신뢰’라는 박 셰프의 말처럼 그가 만드는 한 끼 역시 누군가를 향한 신뢰와 응원에서 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