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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감자·호박을 매콤하게 보글보글…뜨거운데 시원한 여름의 맛

입력 2026.07.04 09:00

(4) 감자애호박찌개

[절로미식회]제철 감자·호박을 매콤하게 보글보글…뜨거운데 시원한 여름의 맛

귀한 식재료만 좋은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철에 만난 감자와 애호박은 서로의 맛을 가장 잘 북돋우는 ‘여름 식탁의 단짝’이다. 화려한 양념이 없어도 충분히 깊은 맛을 내는 이유다. 사찰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소박한 조화를 한 냄비에 담아 여름 찌개를 끓였다.

애호박은 조선시대 조리서인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등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 사랑받은 여름 채소다. 감자는 조선 후기 전국으로 퍼지며 보릿고개를 견디게 한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다. 역사는 달랐지만 둘 다 여름철 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오래 두고 먹기에 좋아 된장찌개, 국, 전골 등에 두루 쓰였다. 특히 감자의 포슬포슬한 식감과 애호박의 부드럽고 달큼한 맛은 서로의 맛을 보완하는 궁합으로 꼽혔다.

여름철에 이 조합이 더욱 사랑받는 이유도 있다. 감자는 수분 함량이 높고 칼륨이 풍부해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다. 애호박 역시 수분이 많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입맛이 떨어지는 여름철 밥상에 자주 올랐다.

이번 절로레시피는 김천 송학사 주지 주호 스님이 소개하는 ‘감자애호박찌개’다. 재료는 단출하지만 맛은 깊다. 조미료 대신 말린 표고버섯과 다시마가 감칠맛을 더하고, 들기름에 볶아낸 감자가 국물에 자연스러운 구수함을 입힌다. 주호 스님은 “그 어떤 요리보다 요긴한 음식”이라며 “절에서는 여름이면 된장찌개와 감자애호박찌개를 번갈아 끓인다”고 말했다. 주호 스님은 “감자만 넣으면 다소 묵직하고, 호박만 넣으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며 “여름이라고 해서 차고 시원한 음식만 찾기보다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감자 한 개와 애호박 반 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감자는 간장 한 숟가락으로 먼저 밑간한다.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감자를 볶다가 고춧가루를 넣어 함께 익히면 매콤한 향과 깊은 맛이 살아난다. 감자가 살짝 익으면 물을 붓고 애호박을 넣는다. 말린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우려낸 채수를 사용하면 더욱 좋고, 없다면 재료를 그대로 넣고 끓여도 충분하다.

[절로미식회]제철 감자·호박을 매콤하게 보글보글…뜨거운데 시원한 여름의 맛

찌개가 끓기 시작하면 간장 한 숟가락과 고추장 한 작은술을 넣고 중불에서 천천히 익힌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불 조절이다. 주호 스님은 이 과정을 수행에 비유했다. “불이 너무 세면 익기도 전에 졸아들어 타버리고, 너무 약하면 재료가 퍼져버립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힘을 주면 쉽게 지치고, 너무 느슨하면 나태해집니다.”

센불로는 불필요한 수분을 날리고, 은근한 불로는 재료의 맛을 깊게 끌어낸다. 감자와 애호박이 서로의 맛을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감자의 구수함과 애호박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완성한다. 마지막에 조청 1큰술을 넣으면 달큰하고 깊은 맛이 살아난다.

주호 스님은 여름철에는 길쭉한 애호박보다 둥근 조선호박을 추천한다. 단맛과 감칠맛이 더 진하고 쉽게 물러지지 않아 찌개나 조림에 좋다. 씨 부분을 도려내지 않고 함께 넣어야 호박 특유의 달큰한 맛과 영양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흔한 감자와 호박도 정성과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주호 스님은 “따뜻한 공양밥에 감자애호박찌개를 듬뿍 올리고 찬 열무김치를 곁들이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여름 한 상”이라고 말했다.

고춧가루의 은은한 매운맛에 콧등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감자와 호박의 달큼함이 입안에 남는다. 뜨거운 찌개 한 그릇이 오히려 여름을 이기는 가장 오래된 방법인지도 모른다.

>>> 3분 절로 레시피

재료 : 감자 1개(180g), 애호박 반 개(150g), 말린 표고버섯 2개, 다시마 1조각, 간장 2큰술, 들기름 1큰술, 고춧가루 2분의 1큰술, 고추장 1작은술, 물 300㎖

1. 감자와 애호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감자에 간장 1큰술을 넣어 버무린다.

3.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감자를 볶다가 고춧가루를 넣어 함께 볶는다.

4. 물 붓고 애호박, 표고버섯, 다시마를 넣는다.

5. 끓기 시작하면 간장 1큰술과 고추장 1작은술을 넣고 중불에서 익힌다.

6. 중간중간 저어가며 감자와 호박에 간이 배도록 끓인다.

7.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면 완성.

※ 달큰한 맛을 더하고 싶다면 마지막에 조청 1큰술을 넣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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