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의 시간은 이미 지나간 일처럼 느껴진다. 마스크와 거리두기, 선별진료소와 재난문자, 닫힌 가게와 비어 있던 거리는 어느새 조금 먼 기억이 되었다. 그러나 잊었다고 해서 그 시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서로를 피해야 했던 날들, 가까운 사람의 곁에 쉽게 갈 수 없었던 날들, 일상이 멈춘 듯 보였지만 어떻게든 살아가야 했던 날들은 여전히 우리 안 어딘가에 남아 있다.
사진가 김봉규의 전시 《코로나19 - 접촉금지 시대》가 오는 7월 1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우리가 함께 지나온 팬데믹의 시간을 다시 꺼내 보인다. 거창하게 설명하거나 쉽게 눈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그 시절의 거리와 사람, 침묵과 움직임을 조용히 펼쳐 놓는다. 그래서 이 전시는 낯설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김봉규가 꺼내 놓은 것은 사건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생활의 흔적이다. 그 시간은 숫자로도 남아 있고, 정책과 방역의 이름으로도 남아 있다. 하지만 사진 속에서 먼저 보이는 것은 확진자 수나 거리두기 단계가 아니다. 마스크를 쓴 얼굴, 서로 떨어져 선 몸, 닫힌 공간 앞에 멈춘 사람들, 그리고 그럼에도 계속 이어진 일상이다. 팬데믹은 거대한 재난이었지만, 그 재난은 결국 각자의 하루를 통과해 지나갔다.
김봉규는 그 시간을 사진기자의 자리에서 기록했다. 병원과 선별진료소, 거리와 선거 현장, 닫힌 가게와 비어 있는 공간을 오갔다. 그러나 이 사진들은 단순히 현장을 빠르게 전달하기 위한 보도사진으로만 남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펼쳐 보았을 때, 그 안에는 사건보다 사람이 먼저 보인다. 마스크 뒤의 표정, 거리를 둔 관계, 말없이 견디던 몸짓들이 사진 안에 남아 있다.
작가는 이 기록을 두고 스스로 ‘작은 의무감’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 표현은 이 전시를 설명하는 가장 낮고 정확한 문장처럼 느껴진다. 거창한 사명감보다, 지나간 시간을 그대로 묻어둘 수 없다는 마음. 말로 다 담기 어려웠던 시간을 사진으로나마 남겨야 한다는 마음. 어두운 카메라 상자 속에 갇혀 있던 빛을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고 싶다는 마음. 이 전시는 그 마음에서 출발한다.
코로나19의 시간은 빠르게 잊히고 있다. 어쩌면 잊는 일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일 것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모두 붙잡고서는 오늘을 살기 어렵다. 하지만 너무 빨리 잊으면, 그 시절 가장 먼저 무너졌던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도 함께 사라진다. 방역의 틈, 불평등의 그늘, 병실과 장례식장에 남겨졌던 고독, 생계를 잃은 사람들의 막막함도 흐려진다. 김봉규의 사진은 그 망각의 속도 앞에 조용히 놓인 기록이다.
그렇다고 이 전시가 우리에게 무거운 반성문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들은 다그치기보다 멈춰 세운다. “그때를 기억하라”고 크게 외치기보다, “당신도 그 시간을 지나오지 않았느냐”고 낮게 묻는다. 그래서 사진 앞에 서면 거대한 팬데믹의 숫자보다 각자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약국 앞 줄, 휴대전화 재난문자, 닫힌 식당의 문, 비어 있던 운동장, 마스크 너머로 제대로 보지 못했던 표정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어느새 멀어진 장면들이다.
사진가 노트에서 김봉규는 자신의 사진이 늘 자신이 본 것에 미치지 못했다고 쓴다. 그 말에는 오래 사진을 찍어온 사람의 겸손과 미련이 함께 들어 있다. 평생 수많은 셔터를 눌렀음에도 현장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놓친 장면 앞에서 오래 서성이는 사람. 그 미련은 어쩌면 사진가에게 남은 가장 정직한 태도인지도 모른다. 충분히 보지 못했다는 마음, 더 가까이 가야 했다는 마음, 그러나 결국 남겨진 사진으로 다시 말해야 한다는 마음 말이다.
이번 전시에 놓인 사진들은 대단한 장면만을 붙잡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풍경 안에 남은 불편함과 두려움, 그리고 그럼에도 계속된 삶을 보여준다. 거리의 풍경 속에는 사람이 있다. 비어 있는 공간에도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 공원의 벤치, 예식장의 거리, 풀숲에 버려진 마스크 같은 장면들은 모두 한때 우리의 몸과 마음을 통과했던 시간의 흔적이다.
그래서 《코로나19 - 접촉금지 시대》는 끝난 시간에 대한 전시이지만, 완전히 끝난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는 물러갔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드러난 우리의 취약함은 아직 남아 있다. 서로를 경계해야 했던 기억,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곁을 지키지 못했던 슬픔, 일상이 무너지는 속도를 목격했던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김봉규의 사진은 그 시간을 다시 붙잡아 세운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어렵게 말하지 않고, 자신이 본 만큼의 세계를 정직하게 내놓는다. 그래서 이 전시는 친절하다. 보는 사람에게 답을 강요하지 않고, 기억할 시간을 건넨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고통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그 안에서 겨우 숨 쉬고 있던 사람들을 조용히 만나게 한다.
※ 사진가 김봉규는 1990년 2월 《시사저널》 사진부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1996년 9월 《한겨레신문》 편집국 사진부로 자리를 옮겼고, 2024년 12월 정년퇴직했다. 제주4·3과 대전 골령골을 비롯해 전국에 흩어진 민간인 학살 현장을 기록해 왔다. 또한 아프리카 르완다 제노사이드, 캄보디아 킬링필드, 독일·폴란드·네덜란드·체코·오스트리아 등 나치 시절 수용소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저서로 다큐멘터리 사진집 『분단 한국』(눈빛, 2011), 『팽목항에서』(눈빛, 2017)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