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델이 AI PC ‘갤럭시 북6 울트라’와 ‘갤럭시 북6 프로’로 고화질 영상을 편집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컴퓨터와 관련 부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면서 범용 부품 가격까지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용 부담이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소프트웨어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프트웨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컴퓨터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2.2% 상승했다. 컴퓨터 물가는 올해 1월 이후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컴퓨터 완제품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도 함께 오르고 있다. 지난달 컴퓨터 소모품과 수리비 물가지수는 각각 전년 동월보다 7.9%, 5.8% 상승했다. 특히 핵심 부품인 저장장치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5.6% 뛰며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기기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러한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SSD 등 저장장치 수요까지 빠르게 늘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센터용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와 저장장치 공급이 빠듯해졌고, 이는 전자기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제품 가격을 잇달아 조정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아이패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같은 날 게임기인 엑스박스 시리즈 S 가격을 기존보다 100달러 올려 약 500달러로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AI 투자 확대가 전자기기 가격과 물가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AI 인프라 병목현상으로 시작된 문제가 전자기기 제조업체의 수익성과 가격 부담, 클라우드 비용, 물가 상승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 AI 산업 내부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장치 가격까지 상승하면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이 더욱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AI 기업들은 비용 증가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거나 고가의 프리미엄 요금제를 출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 확보를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료나 AI 소프트웨어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전자기기 가격뿐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 비용까지 함께 오르는 ‘소프트웨어 인플레이션’이 새로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