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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비하 응원' 논란 이후 혐오 표현 문제를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커지고 있다.

혐오 표현이 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훼손하는지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성찰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민원 부담으로 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박대훈 교사는 "학생들은 학교보다 유튜브와 숏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혐오 표현을 더 많이 접한다"며 "민주시민교육 강화에는 공감하지만 근현대사 교육 시수를 늘리는 방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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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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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이후 커진 숙제…혐오표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입력 2026.07.05 17:17

  • 김지혜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야구 경기 중 ‘5·18 민주화운동 비하’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된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에서 3일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야구 경기 중 ‘5·18 민주화운동 비하’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된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에서 3일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비하 응원’ 논란 이후 혐오 표현 문제를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정치적 편향 논란이나 민원 부담 없이 혐오와 차별, 역사 왜곡 등 사회적 쟁점을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배재고 야구부의 혐오 표현 논란과 관련해 관내 전체 학교 운동부를 대상으로 인권교육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학생선수 대상 혐오·차별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배재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교육과 차별·혐오 표현 방지 교육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26 학생인권 증진 기본계획’을 통해 학교별 학생인권교육을 학기당 2시간 이상 실시하는 등 민주시민교육을 운영해왔다.

문제는 기존 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만으로는 온라인과 또래문화를 통해 확산하는 혐오 표현을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직 교사의 80.2%는 학교와 교실에서 학생들의 혐오 표현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교사의 75.2%는 혐오 표현이 발생했을 때 직접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실질적인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59.9%)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 교사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교사의 95%는 혐오 표현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지만, ‘항상 대응한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대응 방법을 잘 모르거나 실질적인 조치가 어렵고, 학부모 민원과 소송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극적인 개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 1월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학생들이 헌법 가치를 내재화하고 토론·참여 중심의 학교 문화를 통해 민주시민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디지털 미디어 문해 교육도 강화하고, 세계시민교육을 위해 혐오 발언에 대한 대응을 주제로 한 수업자료도 올해 말까지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단순히 역사교육 시수를 늘리거나 수업자료를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혐오 표현이 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훼손하는지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성찰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민원 부담으로 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박대훈 교사는 “학생들은 학교보다 유튜브와 숏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혐오 표현을 더 많이 접한다”며 “민주시민교육 강화에는 공감하지만 근현대사 교육 시수를 늘리는 방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역사·젠더처럼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수업은 정치적 중립성 시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교사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며 “혐오 표현 교육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교사가 위축되지 않고 토론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정왕중학교 교감인 유재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현재 학교에서는 혐오 표현을 발견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지도하고, 사안이 심각하면 생활교육위원회를 열어 교육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제기되는 민원과 소송이 부담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역사 등 논쟁적인 주제를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가는 사회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혐오 표현 관련 교육을 교사 개인의 역량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혜자 광주 각화중학교 교장은 지난해 말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만드는 사회적 대화’ 토론회에서 “교실 차원의 즉각적 대응을 넘어 학교·교육청·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학교는 혐오·차별 대응 원칙을 명문화하고, 교육청은 교사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교육부는 혐오 대응을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의제로 설정하는 등 다층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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