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여고생 이채원양을 살해한 장윤기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30일 국회는 ‘친족상도례’ 규정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친족상도례란 직계혈족·배우자·동거 친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해주는 형법상 특례 조항이다. 가족 내 분쟁은 국가의 개입보다 자체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70년 이상 유지돼왔다. 하지만 현실에선 피해자들의 침묵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방송인 박수홍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1년 박씨가 친형을 횡령 혐의로 고소하자, 박씨 아버지는 ‘돈 관리를 내가 했다’고 나섰다. 박씨 측은 친족상도례 조항을 통해 형을 구명하려 한다고 봤다. 형은 비동거 친족이라 처벌 대상이지만, 직계혈족인 아버지는 처벌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해당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친족상도례는 폐지됐지만 형법에는 또 다른 ‘친족 특례’ 조항들이 남아 있다. 제151조 2항은 범인은닉·도피죄, 제155조 4항은 증거인멸죄의 친족 특례를 담고 있다. 범죄자의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범죄자를 숨겨주거나 도피시키거나 증거를 없애줘도 처벌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혈육을 감싸려는 행위는 인간 본성상 자연스러운 만큼, 국가가 형벌권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나 피해자와 그 가족 입장에서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지난 5월 광주에서 여고생 이채원양을 납치·살해한 장윤기의 아버지가 핵심 증거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직 경찰 간부인 그는 아들이 구속된 직후 아들 원룸에 있던 ‘리얼돌’을 해체해 폐기하고, 아들이 사용했던 휴대전화도 불태웠다고 한다. 당초 경찰은 단순 살인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영상 등을 토대로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하고 ‘강간 등 살인’으로 죄명을 변경해 기소했다. 리얼돌의 가슴과 목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훼손된 점을 근거로 성범죄 목적의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장윤기 아버지를 재판에 넘기지 못한 건 친족에 대한 증거인멸 특례 때문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친족상도례도 시대 흐름에 맞춰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소한 살인 같은 중대 범죄는 친족 특례에서 제외하는 게 사법 정의에 부합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