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지난 4월1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4일 ‘5·18민주화운동 비하 응원’을 한 배재고 야구부에 대한 징계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엔 “5·18이 성역이 됐다” “(징계는) 북한의 모습”이라고도 했다. 일반인이라 해도 2차 가해로 비판받을 발언을 총리급 공직자가 연일 내놓은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징계 수위의 경중을 놓고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특정 지역·지역민의 피해 역사를 조롱하는 행동까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보호돼선 안 된다. 피해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회 공동체의 신뢰와 통합을 허무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4일 이 부위원장의 ‘5·18 성역’ 발언 등이 논란이 되자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부위원장이 개인적 의견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것은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위원장은 같은 날 사과 대신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표현의 자유는 엉뚱하고 거짓된 말도 사회가 허용하라는 기본권”이라고 강변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이 부위원장 사퇴 요구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타인의 존엄성과 인권을 훼손하는 것까지 표현의 자유로 옹호될 순 없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유럽인권재판소도 인종차별, 홀로코스트 부정,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혐오 선동 같은 극단적 행태는 표현의 자유 보호 영역에서 배제한다. 5·18의 국가폭력을 부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경멸을 조장하는 발언이나 행동이 인종차별이나 홀로코스트 부정과 무엇이 다른가.
이 부위원장은 지난 3월 위촉 당시 세월호 참사를 “불행한 교통사고”에 빗대는 등 과거 발언이 알려져 반대 여론이 작지 않았다. 이 부위원장은 위원의 신분을 보장한 행정규제기본법(27조)에 따라 해촉이 불가능한 만큼 자진 사퇴함이 옳다. 표현의 자유가 5·18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정치적 혐오·차별을 허용한다는 잘못된 신호로 오용되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저 경고가 아니라 확고한 불신임으로 이 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