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게
아니랍니다. 느낌들:
아, 제게는 느낌이 있어요, 그
느낌들이 저를 다스리지요. 제게는
태양이라 불리는 하늘나라
영주가 계셔서, 그분께
나를 열어서, 제 가슴의
불을 보여 주지요, 그가 제 가슴에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불을.
심장이 없다면 그런 영광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오, 형제자매들이여,
당신도 한때는 나와 같았지요, 그 옛날,
인간이 되기 전에요, 한때는 당신도
자신을 활짝 열었고, 다시는
열리지 않았지요? 왜냐하면 진실로
나는 당신이 말하는 방식으로
지금 말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말을 해요,
산산이 부서졌으니까요.
- 루이즈 글릭(1943~2023)
루이즈 글릭의 시집 <야생 붓꽃>(1992)은 다양한 식물들의 목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야생 붓꽃과 꽃양귀비 말고도 연령초, 광대수염꽃, 제비꽃, 개기장풀, 클로버, 데이지꽃, 흰 백합 등 들판과 정원에 피어나는 풀과 꽃이 화자로 등장한다. 이 식물 시편들 사이에 인간의 목소리로 ‘아침기도’와 ‘저녁기도’가 여러 편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자연을 노래하면서 고백시와 종교시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 ‘정원사’로서의 인간은 신과 자연 사이에서 고통과 경이, 불신과 믿음을 느낀다. 글릭의 시에는 부모와의 불화, 거식증, 이혼 등 자전적 고통이 깔려 있지만, 그것을 직접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녀는 신화나 성경의 원형적 모티프를 차용해 사적 고통을 보편적으로 확장한다. ‘꽃양귀비’에서는 꽃양귀비가 “태양이라 불리는 하늘나라 영주”를 호명한다. ‘위대한 것’은 ‘생각(mind)’이 아니라 ‘느낌들(feelings)’에 있다는 것. 그 느낌은 “나를 열어서, 제 가슴의 불을 보여 주”는 ‘태양’으로부터 온다는 것. 이어 꽃양귀비는 인간을 ‘형제자매들’이라 부르며, “당신도 한때는 나와 같았”음을 환기한다. 인간의 방식으로 말을 건네는 꽃의 마지막 문장 “나는 말을 해요, 산산이 부서졌으니까요”를 오래 되새김질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알겠다. 존재가 산산이 부서지면서(shattered) 발화되는 파열음처럼, 꽃양귀비가 격렬한 붉은색인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