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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10대 극우·혐오 문화,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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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10대 극우·혐오 문화, 방치할 건가

입력 2026.07.05 20:12

수정 2026.07.0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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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등학교 야구 경기에서 한 서울팀이 광주의 상대 팀을 조롱하며 광주 민주항쟁을 비하하는 응원을 해 문제가 됐다. 결국, 이들은 6개월간 경기 출전 금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개인이나 개별 조직의 일탈로 처벌했다고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청소년 문화 저변에 깔린, 극우·혐오 정서가 자연스레 분출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권 주류 정당 국민의힘이 내란 주범 대통령의 탄핵을 거부하고 처벌에 반발하면서 극우적 세계관은 일탈이 아니라 민주 체계 내의 당당한 목소리로 자리 잡았다. 10대들에게도 극단적 주장과 행동이 제도 안에서 통용될 수 있음이 전수됐을 것이다. 이번 응원 사건에도 “표현의 자유”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지도층이 있다. 이에 더해 이른바 민주·진보 인사들이 ‘수박’ ‘문조털래유’ ‘ABC’ ‘촉법 평론가’ 등 차별적, 조롱적 언사로 외집단을 구분하고 낙인찍고 배척하는 것을 보면서 10대는 차별과 혐오가 잘못이 아님을 재확인할 것이다.

10대들은 SNS나 온라인 게임을 통해 극우·혐오 콘텐츠를 접한다. 이들이 몰입한다는 ‘로블록스’ 게임에서 사이버 ‘윤어게인 행진’을 벌인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함께 게임을 하며 극우·혐오 표현을 자연스럽게 따라 쓰게 된다. 강자가 약자를 제거하고 승리하는, 게임 자체의 능력주의 세계관을 우려하는 연구들도 있다. 유튜브나 틱톡 쇼츠에서도 부정선거를 뜻하거나 전직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미지, 소수자 비하, 인종주의가 밈으로 번진다.

미디어 변화의 불가피한 흐름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류 미디어가 이들을 내쫓은 탓도 있다. 아이돌 그룹 외에 10대는 화면에서 밀려났다. 방송 프로그램에 12세 또는 15세 이상 ‘시청 가’는 있지만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이들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은 희귀하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 <학교> <반올림>으로 대표되던 드라마나 <도전! 골든벨> <달려라 코바>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고등래퍼>로 이어지던 예능의 맥이 끊겼다. 극심한 미디어 경쟁으로 방송사가 투입 대비 산출이 가장 낮은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10대는 학교와 학원 건물이라는 효율적 관리 공간 안에 수용된 채 공적 시야에서 벗어나고, 전통 미디어 공간에서도 사라졌다.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나누는 공공 영역이자 놀이터는 외부인은 파악하기 어려운 언더그라운드뿐이다. 이들은 SNS와 게임에서, 그리고 혐오와 차별의 장난 속에서 인간관을 정립하고 맥락이 제거된 역사를 배운다. 주류에 반발하는 저항 문화의 정당성과 은밀한 결사의 스릴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20대, 30대로 성장해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것이다. 성장기 사회화 과정에서 내면화된 정서는 성인이 된 뒤 언제든 재활성화할 수 있다.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지만 방치돼 더 나빠지고 있다.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10대 자녀가 없거나 자녀에게 관심이 없어 심각성을 모르는 것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정치권도 당장의 표가 되지 않는 계층이니 신경 쓸 필요를 못 느끼는 듯도 하다. 차별금지법 제정, 교육과정 개편, 미디어 시스템 정비 등 국가 차원의 총체적 대응이 시급하다. 세태 한탄이나 대증적 처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강형철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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