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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데이와 표현의 자유

입력 2026.07.05 20:12

수정 2026.07.0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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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에는 5·18민주화운동을 기린다. 동시에 국가폭력을 규탄하는 날이기도 하다. 1980년 5월18일부터 열흘간 신군부는 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광주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를 앞세워 군대를 투입했고, 시민에게 무차별 발포했다. 문자 그대로 ‘탱크로 밀고 총으로 쏴 죽인’ 국가폭력이 5·18이다. 아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시민이 광주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었다. 비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군사정권은 5·18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광주 시민을 ‘빨갱이’ ‘반란분자’로 낙인찍고 멸시했으며, 이는 뿌리 깊은 지역 차별로 자리 잡았다.

그런 날 스타벅스는 ‘탱크데이’ 행사를 기획하고 ‘책상에 탁!’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책상에 탁’은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숨졌을 당시 경찰이 내놓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발표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폭력과 고문을 유쾌통쾌상쾌하게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스타벅스는 뭇매를 맞았다.

이른바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건인데, 배재고 선수들은 광주일고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해 이 표현을 가져왔다. 사회적으로는 5·18 국가폭력을 기념해 광주 희생자들을 조롱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음을 인식하고, 똑같은 의미로 광주일고 선수들이 모욕감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를 목청껏 외쳤다. 그렇다면 광주 선수들을 향한 이 조롱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

나치 정권은 유대인들을 몰아내기 위해 그들을 ‘독일의 문제’ ‘유해물’ 등으로 사물화했다. 유대인들의 재산과 터전을 빼앗아 강제 이주시키든, 수용소에 가둬놓고 강제 노동시키든, 가스실에 집합시켜 이들을 대량학살하든 그것은 모두 ‘문제 해결’과 ‘유해물 처리’에 불과하게 됐다.

이처럼 대량학살을 동반하는 반인륜범죄의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초기 단계에는 피해자들을 집단으로 분류하고 나와 다른 존재로 명명하거나 사물처럼 취급하는 차별이 자행된다. 그들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한, 사람이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차별이 혐오로, 혐오가 삭제로 이어지면 민주주의가 파괴된다. 민주주의는 모든 구성원의 정치적 주체성을 인정하는데, 삭제되는 사람들의 정치적 주체성은 부정당하기 때문이다. 차별에 기반한 혐오가 보편적 인권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구조는 이렇게 형성된다.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관점은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기본권이 된다. 그러나 차별에 기반한 혐오표현은 차별받는 집단의 정치적 주체성을 부정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따라서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되지 않는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차별에 기반한 혐오표현을 규제하라고 판시해왔다.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이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스포츠 선수들은 출전 금지 및 벌금 납부 등 강한 규제를 받는다. 독일 역시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를 승인, 미화, 부정, 경시하는 행위를 일정한 조건 아래 처벌한다. 이는 역사적 관점을 강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범죄의 헌정 퇴출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5월의 광주로 돌아오자면, 5·18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그것은 광주의 민주화항쟁인 동시에 국가에 의한 대량학살 범죄이고, 광주 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배제를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확산시킨 계기이기도 하다. 5·18 국가폭력을 승인하거나 미화하는 행위는 독재와 반인권범죄, 차별과 혐오에 대한 승인을 내포하며, 이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그것이 가벼운 장난으로 행해질수록 효과가 좋다).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응원이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대량학살을 소재로 광주 사람들을 조롱하는 일이 패륜에 해당함은 물론이다.

배재고 선수들과 이를 말리지 않은 어른들이 이번 사태의 의미와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광주일고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 한편, 미성년자의 잘못은 곧 사회와 교육의 실패다. 이들을 교육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규범을 바로 세워야 한다. 차별금지법 하나 세우지 못한 사회의 어른으로서 모욕을 당한 광주일고 선수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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