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돈 되는 자극이 판치는 세상…예능, 공생과 노동을 묻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최근 성황리에 마무리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상업화와 불투명한 운영으로 공공성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공성은 국가, 사회 구성원 전체 또는 다수에게 두루 관련되는 성질이나 가치를 일컫는다.

오락예능 프로그램에 친사회적인 메시지를 가미하면, 수용자는 상대적으로 심리적 저항을 덜 느끼면서 태도와 행동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돈 되는 자극이 판치는 세상…예능, 공생과 노동을 묻다

입력 2026.07.06 10:24

수정 2026.07.06 14:03

펼치기/접기
  • 이진송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EBS ‘최후의 인류’와 tvN‘콩콩팜팜’으로 본 예능의 공공성

EBS <최후의 인류> 한 장면. EBS 제공

EBS <최후의 인류> 한 장면. EBS 제공

최근 성황리에 마무리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상업화와 불투명한 운영으로 공공성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공성(公共性)은 국가, 사회 구성원 전체 또는 다수에게 두루 관련되는 성질이나 가치를 일컫는다. 정보와 예능 측면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전파하고 대중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매체인 방송에서도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넘어 사회 전체의 이익, 복리, 공정성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준인 공공성은 중시되었다. 오락적 내용에 공익적 메시지를 결합해 긍정적인 사회변화에 기여하는 것을 ‘공익적 오락물’이라고 한다. 오락예능 프로그램에 친사회적인 메시지를 가미하면, 수용자는 상대적으로 심리적 저항을 덜 느끼면서 태도와 행동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재미도 있고, 공공의 이익도 추구한다면 금상첨화지만 공익 예능이란 어쩐지 그 본질부터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극적이고 파괴적일수록 돈이 되는 관심경제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점점 입지가 줄어드는 레거시 미디어가 뉴미디어 시대에 살아남을 방법이야말로, 이러한 공공성의 추구일지도 모른다. 그러자면 기존의 문법과 차별화되는 변주가 필요하다. 현재 방영 중인 <최후의 인류>와 <콩콩팜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전례 없이 선선한 초여름 날씨가 이어진 6월은 기후위기의 산물이다. <최후의 인류>는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능화한 EBS 창사특집으로, 공식 소개는 다음과 같다. ‘기후위기로 붕괴된 2038년을 배경으로 애리조나 사막의 밀폐 생태계 실험기지 ‘바이오스피어2’에서 물, 산소,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세계 최초의 과학 생존 리얼리티 프로그램’. 배우 유승호, 코미디언 이은지, 가수 겸 배우 비비, 뇌과학자 장동선, 의사이자 작가 이낙준, 화학자 장홍제, 지구과학자 김한결 박사가 7인의 대원으로 출연한다. 실험기지 ‘바이오스피어2’는 1991년 당시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도 지구를 모사한 공간을 꾸며놓으면 인간이 살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8명의 대원이 2년간 생존실험을 벌인 현장이다. 1991년 당시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났는데,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미솔 PD는 인터뷰에서 “이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게 재미있는 지점이었어요. 지구가 얼마나 정교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지구의 소중함을 알려준 중대한 실험이라고 생각했죠.”라고 밝혔다.

서바이벌 예능과 과학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최후의 인류>는 첫방송 이후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시리즈’ 4위를 기록하며 교육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고 현재까지 4화가 방영되었다. 서바이벌이지만 <오징어 게임>류가 표방하는 무한 경쟁, 내가 살아남으려면 남을 짓밟아야 하는 게임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처음 규칙을 들은 대원들은 “결국 목적은 우리가 다 같이 살아남야 하는 거니까요”, “살아남는 게 금보다 중요하니까요”, “어차피 돈을 받아봤자, 밖에 나가면 세상이 망했기 때문에 쓸모가 없어”라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지하 벙커나 스페이스 X와 같은 화물 우주선에 열광하는 억만장자와 주식 시장을 재고하게 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혼자’ 혹은 비슷한 수준의 부자 몇몇과 살아남아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타인과 외부의 세계가 사라진 세상에서 돈과 내 목숨은 지금과 같은 무게일까? <최후의 인류>는 서바이벌이지만 공생과 협조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프로그램의 초반, 이은지는 등장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최후의 인류가 갖춰야 할 덕목…희생 아닐까요?” 대원들은 1화에서 장동선이 만든 자연 증산 장치는 시간이 오래 걸리자, 이를 두고 가며 “다음 조난자가 먹을 거야”라고 말한다. 출처는 다소 모호하지만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의 명언으로 알려진 말이 있다. “1만5000년 전 부러졌다가 나은 대퇴골 흔적”이 인류 문명의 첫 징후라는 것이다. 긴 회복 기간을 요구하는 대퇴골 골절은 자연 상태의 동물이라면 죽을 수밖에 없는 부상이지만, 치유된 흔적은 누군가 그를 돌보았다는 증거다.

‘함께’ 살아남는 법을 고민하는 프로그램 내 게임과 미션은 실제 바이오스피어2 연구원들이 과거에 진행했거나 현재 연구 중인 기록을 바탕으로 설계하고, 기압 제어 미션이나 열대우림 구역의 벌레 발생 등 역시 실제 논문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과학 지식을 익힐 수 있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낯선 용어나 개념은 자막으로 부연하거나, 비전문가인 연예인들이 자신의 언어로 다시 설명한다. 때때로 예능적 목적을 충족하려는 상황극이나 대본이 삐걱거리는 느낌이 있지만, <최후의 인류>는 장르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질감으로 예능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도전이다.

tvN <콩 심은 데 콩 나는 가고팜 하고팜 동물농장>  한 장면. tvN 제공

tvN <콩 심은 데 콩 나는 가고팜 하고팜 동물농장> 한 장면. tvN 제공

<콩콩팜팜>(tvN)은 좀 더 일상적이고 무심한 터치로 다른 숨을 불어넣는다. 나영석 사단이 만들고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시리즈인 <콩콩팜팜>의 기획은 전작 <콩콩팥팥>에서는 농사에, 이번에는 목축업에 도전한다. 제주도의 젖소 농장에 기술 연수라는 명분으로 방문하여 직접 소똥을 치우고,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거나 새벽부터 일어나 사료를 배합한다. 그 과정은 고단하고 지루하며 반복적이다. 먹고 싸고 치우고 데려 나가고 먹고 싸고 데리고 오고 치우고 먹고 싸고. 이광수는 딱딱하게 굳은 소똥을 치우다가, 어차피 또 쌀 거 왜 치우냐고 역정을 내기도 한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고, 유명인사들이 각종 직업을 체험하고 일당을 받아오던 과거의 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KBS)도 연상된다. <보검 매직 컬>(tvN)이 로컬 매개 예능으로서 기본적인 미용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지역의 현실을 자연스레 드러냈듯, <콩콩팜팜>의 고군분투에는 축산업의 현실과 노동의 특수성이 배어든다. 더럽고 힘들고,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일’들. 그러나 없으면 안 되는, 현대인의 일상과 속속들이 연결되는 노동은 예능의 문법 안에서 익살스럽게 구체적이다. 이 현장에서 눈에 띄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깔루 선배’, ‘랄 선배’라고 불리는 네팔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다.

농업계와 축산업계가 이주 노동자의 노동력으로 돌아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이주 노동자 100만명 시대, 농립축산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축산농가의 이주 노동자는 전체 종사자의 약 11%를 차지하는 1만6000여 명이다. 농어촌 노동자, 계절 노동자, 불법체류 노동자까지 추산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삶은 주로 EBS와 같은 공영방송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중계되었다. 진중하고 섬세한 접근은 그만큼 시청층이 제한적이고, 오히려 거리감을 생성하기도 한다. <콩콩팜팜>은 딱히 공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깔루와 랄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이나 스토리텔링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저 일을 가르쳐주는 선배로 등장해서 같이 밥을 먹고, 윷놀이를 하고, 가족은 어떻게 지내는지 묻거나 딸의 사진을 본다. 그들이 먹는 것을 궁금해하고, 남들 다 일하고 있는데 자고 나왔냐고 장난을 치거나 처음 해보는 거라면서 능숙하게 통을 돌리는 랄을 의심하기도 한다. 함께 웃을 때, 서로가 서로의 구성원이 된다. <콩콩팜팜>은 축산업과 관련한 어떤 깨달음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려 시도하지 않으면서도 고유한 재미와 성찰을 유도한다. 랄과 깔루가 넘어진 소를 일으키는 장면에서는 이들이 숙련된 노동자라는 사실과 함께, 소의 사육 환경과 동물 복지를 생각하는 식이다.

그런가하면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는 <콩콩팜팜을 만드는 사람들. 촬영 현장에서의 36시간>이라는 영상을 업로드하여, 방송 이면의 노동을 조명한다. “예능 하나를 키우려면 온 제작진이 필요하다.”라는 문구와 함께 업로드된 영상에는 출연진보다 늦게 퇴근하고 일찍 출근하여 현장을 준비하는 제작진의 노고가 담긴다. 화면에는 연예인들만 주로 비치지만, 그 뒤에는 거의 백여 명에 달하는 방송 노동자들이 있다. 출연진이 식사를 하러 갔을 때 소들이 방목장을 탈출하는 바람에,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현장을 정리하는 것도 제작진이다. 액자식 구성을 취하며 <콩콩팜팜>은 다양한 층위의 노동을 웃음과 소동으로 버무린다. 여기에 2화부터 인턴으로 합류하는 문상훈이 ‘인턴’이라는 지위에서 발생하는 위계질서를 웃음 코드로 이용한다.

재미는 중요하다. 하지만 재미만을 최우선으로 두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해로운 온라인 문화가 실생활까지 침투하는 현실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후의 인류>가 선택한 정면돌파나 <콩콩팜팜>의 담백한 동행처럼, 예능의 공공성을 고민할 때다.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