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7월 6일자 경향신문 ‘[사설]또 스토킹 살해, ‘비이성적 가해자’ 상정한 특단 대책 절실하다’을 재가공하였습니다.〉
‘스토킹 살인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5일 새벽 경기 성남에서 60대 여성이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앞서 신변보호 요청을 받은 경찰은 접근금지 명령과 스마트워치 지급 등 조치를 취했으나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성적 개인’을 전제로 설계된 법과 제도가 가해자의 비이성적·충동적 폭주를 제어하지 못한 것이다.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3월 1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긴급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찰에 따르면 가해 남성 A씨는 약 4년간 교제하다 헤어진 피해 여성 B씨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B씨는 지난달 “전 남자친구가 못살게 군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분리조치를 요구했다. 경찰은 A씨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B씨에겐 스토킹 혐의로 고소할 것을 권유했다. B씨가 고소장을 제출하자 경찰은 법원 신청 절차를 거쳐 A씨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잠정조치 2호) 및 전화·문자 등 통신 금지(잠정조치 3호) 명령을 내렸다. B씨에겐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이날 공격받은 B씨는 스마트워치로 구조 버튼을 눌렀고, 경찰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후 숨을 거뒀다.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경찰이 잠정조치 3호의2(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나 4호(유치장·구치소 유치) 처분을 법원에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A씨가 기존 조치를 어기지 않았고, 스토킹 위험도 체크리스트에서도 ‘보통’으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 결과적으로 공권력의 안전망에 사각지대를 만들어낸 셈이다.
반복되는 스토킹 살인을 막으려면 실효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격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가해자가 접근·통신 금지 처분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를 호소할 경우 전자장치 부착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 폭력 중심의 위험도 체크리스트 역시 ‘심리적 집착도’와 ‘통제 성향’에도 가중치를 두도록 개편해야 한다. 가해자는 고소당했을 때,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을 때, 검찰이 기소했을 때 피해자를 향한 분노와 보복심리가 커진다고 한다. 단계마다 위험도 평가를 다시 하고, 신변보호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 하나 쥐여주고 나 몰라라 하는 건, 국가의 책임 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