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국유지 선정하며
정책 추진 의지 보여주고 부동산 투기 최소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일주일만에 6일 광주 군 공항을 산업단지 입지 후보지로 결정한 것은 입지 조건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속도전’을 가장 우선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민간 부지가 아닌 곳을 골라 정책 속도를 높이고, 발표 지연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도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군 공항 부지는 공군 비행장과 탄약고 부지를 포함한 820만㎡(250만평) 규모에 달한다. 서울 여의도의 3배에 달하는 크기다. 무엇보다 광주 군 공항은 가장 빠르게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넓은 부지가 이미 확보돼있고 교통·정주 여건, 용수 확보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임기 내 완공’을 강조하며 속도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착공까지 6년이나 소요된 점은 반면교사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용인의 경우 민간 토지 보상과 인허가 문제로 착공하는 데에만 6년이 걸렸다. 반면 광주 군 공항 부지는 대부분 국방부 소유의 국유지이기 때문에 복잡한 토지주들과의 보상 협상 등의 논란 없이 행정 절차를 밟아 곧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부분 국유지여서 개발이 쉬운 면도 고려됐을 것”이라며 “보상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제거되면서 도심 인근에 대규모로 개발 가능한 부지로 이만한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지 선정 이후 건축 설계 등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발표대로 이미 평탄화 작업이 완료돼 있다는 점도 공기를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전에 부합하는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군 공항은 활주로 등으로 쓰이던 특성상 이미 대규모 평탄화 공사가 완료되어, 대규모 산단 조성 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토목 공사 기간을 수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광주 군 공항이 도심과 가까워 인력 확보와 정주 여건 측면에서도 강점이 뚜렷하다. 실제 군 공항은 상무지구 등 광주 도심과 가까워 교육·의료·주거 인프라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또 광주 송정역(KTX·SRT)과 맞닿아 있고, 광주송정역에서 KTX를 이용하면 군 공항이 이전 부지인 무안국제공항까지 연결돼 즉각적인 항공 물류 수출입도 가능하다.
부동산 가격 안정도 정부가 이날 부지를 발표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광주 지역 부지를 먼저 선정하는 게 시급했던 건 부동산이 들썩거린다는 여러 가지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빨리 부지를 확정해야지만 이게 불필요한 논란과 확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 발표 일주일 만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가 확정되는 등 가시적 진전이 나타난 것을 환영하면서,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각종 절차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을 기대했다.
주요국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증설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용인 제조 거점의 신속한 완공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더불어 ‘메모리 3강’인 마이크론은 지난 4일 일본 히로시마현 공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생산을 위한 신규라인 기공식을 개최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조5000억엔(1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남 지역의 차세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용인 산단 조성도 원활하게 진척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산단은 2023년 지정됐지만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서 부지 조성공사 입찰 등의 절차가 순차적으로 뒤로 밀리고 있다. 전력·용수 공급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용인 산단 선정 발표 이후 약 2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공개되어 설계에 들어간 상태다. 용인시 처인구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부지는 235만평으로, 삼성전자 팹 6기와 SK하이닉스 팹 4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는 용인과 호남을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강 실장은 “꼭 용인이 끝난 뒤 호남을 하지는 않을 수 있다”며 “최대한 가능한 모든 것들을 당겨서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