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비하 성격을 가진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사과를 한 가운데 이효준 배재고 교장이 사과의 말을 전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야구부 학생들 앞에 섰다. 두 손을 공손히 모은 배재고 학생들은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광주일고 학생들은 배재고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고개 드세요. 어깨 펴세요”라고 말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과 교장, 교직원, 학부모 등 80여명은 이날 오후 3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누문동에 있는 광주일고를 찾았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 A군은 낭독한 사과문에서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광주일고 선수와 학부모, 광주 시민들께 큰 상처를 드렸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야구를 떠나 인성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A군은 “같은 선수로서 정말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며 “항상 마음속 깊이 반성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겠다”고도 했다.
배재고 야구부 권오영 감독과 이효준 배재고 교장도 사과했다. 권 감독은 “지도자로서 책임이 가장 크다”며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하던 중 눈물을 흘렸다.
광주일고 선수 대표 B군는 “이번 일을 통해 저희도 다른 팀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은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실수는 반성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도 배재고 학생들에게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고개를 들고 다시 나아가라”고 말했다.
사과와 화해의 시간을 마친 두 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은 교정 안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으로 이동했다. 배재고 학생 대표와 교장은 배재고 명의 화환을 놓고 묵념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은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기리는 상징물이다. 광주일고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학생들이 신군부 진압에 반발해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정문 한쪽 담장에는 광주일고 56회 졸업생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배재고 아이들아! 너희를 사랑한다. 너희는 자라는 중이야, 그래도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단다”는 문구가 바람에 흔들렸다. 잘못은 짚되 배재고 학생들을 배척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날 광주일고에서의 일정은 별다른 소란 없이 마무리됐다. 광주일고는 배재고 방문을 앞두고 지난 3일 경찰에 시설 보호를 요청했다. 지난 4일에는 폭발물 협박 글이 올라왔지만 경찰과 소방 당국 수색 결과 위험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교야구 경기 중 불거진 ‘5·18 조롱 논란’과 관련해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등이 6일 광주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사과 방문한 뒤 광주제일고 학생들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2026.7.6. 강윤중 기자
배재고 학생들은 광주일고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해 추모탑 앞에 국화를 놓고 헌화·묵념했다. 이 자리에 동행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방명록에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우리 학생들과 학생선수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아 건강하고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은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를 찾아 사과하고 광주일고 학생들과 함께 참배하는 모습은 단순한 사과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의 과정이며, 민주주의를 배우는 뜻깊은 실천”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불거졌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광주일고와의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 5·18민주화운동 조롱성 구호를 외쳐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