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서 지난달 21일 열린 고 이채원양 49재 추모식에서 추모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경찰청이 이채원양 살해범 장윤기의 범행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광주 광산경찰서 A경감을 긴급체포했다. 이 사건 수사팀장이던 A경감은 장윤기가 사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서 확보한 증거를 없앤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이 장윤기의 자취방 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등 방법으로 장윤기 아버지인 장모 경감의 증거인멸을 도운 정황도 여럿이다. 억울한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경찰이 도리어 증거를 없애고 증거인멸을 도운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이 장윤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이채원양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혐의를 적용한 점에 비춰보면 A경감이 인멸한 증거는 장윤기의 강간 등 살인 혐의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검찰이 확보한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장윤기가 조수석 뒷문을 열어놓고 이채원양의 등 뒤에서 목을 감아 제압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고 한다. 장윤기가 피해자를 성범죄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저항하자 살해한 정황으로 보기에 족하다.
장 경감이 인멸한 증거도 이와 관련된 것들이다. 장 경감은 범행 발생 사흘 뒤 아들이 거주하던 원룸에 들어가 리얼돌 등을 외부로 반출해 폐기했다. 아들 휴대전화도 불태웠다. 광산서 수사팀 관계자가 장윤기의 집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줘 가능한 일이었다.
수사팀은 장윤기가 범행에 이용한 차량을 수색한 뒤 압수하지 않고 장 경감에게 돌려줬다. 장윤기 집에서 리얼돌을 발견하고는 사진과 영상만 촬영했다. 그래놓고 수사보고서에는 “압수할 증거물이 없었다”고 적었다. 수사팀과 장 경감이 장윤기가 강간 등 살인 혐의를 받지 않게 하려고 한몸처럼 증거를 감추고 없앤 걸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유족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며 이채원양 실명과 초상화까지 공개했는데, 정작 경찰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악의 경찰권 사유화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증거인멸은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꼬리가 밟힌 것이다. 최근 정부·여당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경찰의 사건 축소·암장·유착 시도는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당정은 구체적으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