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전일빌딩 245에서 당 대표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59년 발표된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다”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소설은 18세기 프랑스혁명 전후의 런던과 파리를 배경으로 닮은꼴 두 남성의 다른 모습을 그렸다. 소설 제목은 두 도시지만 주무대는 파리였다. 당시 파리는 지배계급의 폭정에 저항한 민중의 분노가 폭발한 곳이자 군중의 증오와 광기가 휘몰아친 잔인한 곳이었다. 결국 두 남성은 혁명의 도시 한복판에서 각각 단두대(저항과 희생)와 역마차(증오와 광기)라는 운명으로 엇갈린다.
최근 광주라는 한 공간에서 들려온 두 사람의 이야기는 디킨스가 묘사한 파리를 연상케 한다. 한 사람은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다. 김 전 총리는 6일 광주 전일빌딩에서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복원하려면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당대표 출마를 알렸다. 5·18의 상흔이 밴 곳에서 집권여당의 리더십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김민석의 호남’은 낡은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체제를 주도하는 ‘혁명’의 중심지 파리와 닮았다.
다른 한 사람은 31년 동안 호남에서 8번 출마했던 이정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맞아 죽을 각오로’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환영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싫다고 대한민국 미래산업까지 반대할 수는 없다”며 (국민의힘에) 관용과 포용의 정치를 당부했다. ‘이정현의 호남’은 디킨스의 런던처럼 차갑고 냉정한 곳이다. 그는 보수세력엔 정치적 불모지인 호남에서 진영의 광기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하자고 호소한 것이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증오로 가득 찬 파리의 단두대로 걸어들어갔던 런던의 아웃사이더 변호사 시드니 카턴이 떠오른다.
<두 도시 이야기>는 각자의 희생이 극한의 분열을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호남은 진보진영엔 정권 재창출(교체) 도구였고, 보수진영엔 동토의 땅이었다. 이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호남을 살리고 정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한쪽엔 ‘희망의 봄’(민주당), 다른 한쪽엔 ‘절망의 겨울’(국민의힘)인 호남이 되지 않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