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망법, 7일부터 최대 10억 과징금…언론 포함 ‘공론장’ 위축 우려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시행된다. 온라인에서 고의로 허위정보를 유통한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허위조작정보로 신고된 게시물에 대해 플랫폼이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개정 정통망법은 온라인상의 허위조작정보, 이른바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는 명목하에 여당 주도로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틀막법’이 될 것이란 비판이 이어졌고 야당은 물론 언론계 및 시민사회도 이 법이 공론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독소조항 제거도, 별다른 보완조치도 없이 유예기간 6개월을 거쳐 시행에 들어간다.
정부는 법 개정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법성이 확인된 허위조작정보의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유통과 수익화를 막으려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SNS 활성화로 가짜뉴스 유통이 빨라진 데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허위조작정보 생산이 더욱 교묘해진 상황에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는 정부와 시민사회 간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개정법으로는 가짜뉴스를 잡으려다 오히려 민주주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법은 사실·의견 전달을 업으로 하는 자가 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포하면 피해자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가중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추가된 ‘혐오 표현’ 항목도 ‘땜질’ 논란…언론·인권단체들 “차별금지법이 먼저”
정부가 ‘직접 개입’ 않는다지만
민간단체 통해 ‘간접 영향’ 여지
또 이들 업자가 허위조작정보로 판결이 난 내용을 반복해 유통하면 정부가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가중 손해배상 적용 대상은 구독자 수가 10만명 이상이거나 최근 3개월간 월별 합산 조회수 평균이 10만회 이상인 정보 유통업자다. 사실상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셈이다.
정부는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공익 목적의 보도’는 가중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작더라도 비판 보도 자체를 차단하려는 ‘겁박용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계 및 시민사회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대기업 등 권력자들의 봉쇄 소송을 막기 위해 소송 자격에 제한을 둘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기자협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언론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법적 분쟁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위축 효과는 불가피하다”면서 “언론의 취재와 보도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법에 신설된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정권의 입맛에 따라 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허위조작정보 판단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있다. 사실관계 검증은 포털 등 플랫폼이 협약을 맺은 민간 사실확인단체가 하는데 이 단체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투명성센터를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아울러 개정법은 하루 평균 1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규모 플랫폼에 유통된 정보에 대해 누구든지 허위조작정보 신고를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고, 신고를 받은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인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에서도 오랜 심리를 통해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인데, 이를 플랫폼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한 것은 문제”라며 “플랫폼이 일단 허위조작정보가 의심되면 논란을 피하고자 삭제나 차단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정법은 온라인상 불법 정보의 항목에 ‘혐오 표현’을 추가했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란 토대 없이 온라인상 혐오 표현만을 규제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개 언론·인권단체 등이 결성한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는 “차별금지법 없이 혐오 표현만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기준점 없는 검열일 뿐”이라고 비판해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 표현 규제를 입법적 차원에서 반영한 것은 의미가 있으나,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같은 모법이나 근거법 없이 인터넷만 규제하려다 보니 법체계상으로 난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