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광주 서구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겪은 고객이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다. 김인식씨 제공
지난달 27일 광주 서구의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모 보험사 교통사고 조사원 A씨는 상대 보험사 고객이 차량을 도로 한가운데 세운 채 상담 직원과 영상통화로 사고를 접수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A씨는 차량을 갓길로 이동시키라고 안내했지만, 고객은 통화를 이어가느라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차량 옆으로는 다른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보험사들이 교통사고 현장 출동을 대체하는 ‘비대면 영상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현장 조사원들 사이에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뒤 통화하도록 안내한다”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영상 상담 서비스는 교통사고 발생 시 고객이 보험사와 영상통화를 하며 사고 부위와 현장 상황을 촬영해 보여주면 직원 현장 출동 없이 사고를 접수·처리하는 방식이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이 코로나19 이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고객이 차량 주변을 촬영하거나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차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영상팀과 통화 중인 고객은 보험사 담당자의 안내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차량을 빼라고 해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며 “고속도로나 위험한 장소에서는 2차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B손해보험 조사원 B씨도 “도로 한복판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사고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비대면 영상 상담은 주정차 사고나 단순 추돌처럼 경미한 사고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상담 직원이 고객의 안전 여부를 먼저 확인하도록 관련 안내 멘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DB손해보험 관계자도 “영상 상담 시 고객에게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뒤 통화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보험협회의 ‘2차 사고 예방 대응 요령’ 역시 사고 차량을 갓길 등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장 조사원들의 증언은 다르다. 현대해상 조사원 C씨는 “10번 출동하면 7번 정도는 상대 고객이 차량을 그대로 세워둔 채 사고를 접수하고 있다”며 “위험성은 커졌고 현장 처리 효율성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애니카 조사원 D씨도 “지난 3일 우회전 차로에서 임산부 고객이 영상통화 안내를 받고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모습을 봤다”며 “(고객이) ‘요즘은 다 이렇게 한다’며 영상 상담을 안내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사원들은 영상 상담만으로는 사고 현장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워 초동 안전조치에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인식 삼성애니카 현장조사원은 “사고 유형과 도로 환경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데 현장을 모른 채 대응하면 고객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비대면 영상현출 서비스 도입 이후 현재까지 해당 서비스와 관련한 2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비대면 대응 직원에 대한 안전교육을 정례화하고 고객 대상 2차 사고 예방 안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고객 편의와 사고 현장 안전을 함께 고려해 비대면 사고 처리 서비스 운영 절차와 상담 직원 교육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