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문재원 기자
삼성전자가 7일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6% 넘게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호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92% 하락한 2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에 다시 3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SK하이닉스도 6.06% 내린 220만1000원으로 동반 하락했다.
두 대형주의 급락으로 코스피 지수도 전장보다 4.91% 내린 7656.31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매도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일시효력 정지)와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9%, 1810% 증가했다. 3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시장 전망치도 상회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증권가에서는 호재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오히려 실적 발표로 인해 상승 재료가 소진돼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11%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전에도 좋은 실적을 발표한 당일에 주가가 내려간 일이 많았다. 2019년 이후 분기 실적 발표에서 16차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 그 중 10차례는 발표 당일 주가가 하락했다.
여기에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해져 낙폭이 컸다. 외국인이 지난달 19일 이후 1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전날 기준 약 47%까지 낮아졌다. 16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반도체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현재의 실적 호조를 물량 증가가 아닌 가격 상승에만 의존하는 전형적인 후기 사이클의 징후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6일(현지시각)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확산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적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증가가 둔화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상승 동력이 정점을 지났다고 보고 매도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이드카가 일상화할 정도의 비정상적인 변동성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는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피로도 증가가 주식 매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엔비디아를 넘어 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메모리 부족 현상은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가 조정은 기술적 요인으로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