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시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지난 5월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장윤기 사건 수사 무마 과정에 경찰 윗선의 개입이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을 겨냥해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박모 경감이 장윤기 아버지인 장모 경감의 부탁이나 지시를 따를 만한 명확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광주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봉진 형사1부장)은 7일 광주광산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여성청소년수사팀 사무실, 박 경감을 비롯한 수사관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공무원의 범죄에 대해선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무상 비밀누설, 증거인멸, 증거인멸방조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팀은 지난 5월 장윤기가 여고생 이채원양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 직후 장윤기의 자취방에서 발견된 리얼돌을 압수하지 않았다. 장 경감에게는 장윤기 자취방의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장 경감은 자취방에 들어가 핵심 증거인 리얼돌과 휴대전화를 폐기했다. 이 같은 경찰의 수사 무마 의혹은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이 장윤기의 성폭행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를 누락하고 수사 정보를 장 경감에게 알려주는 과정에 박 경감의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 경감이 장 경감의 부탁이나 지시를 따를 만한 관계나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 경감은 경찰서 수사부서에서, 장 경감은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경력 대부분을 쌓았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원들이 장 경감에게 장윤기와 10차례 통화를 연결해 주고 구속영장 신청 계획을 알려준 것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전날 편성한 특별수사팀도 박 경감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영장신청서에 박 경감이 장윤기 차량에서 결박 도구인 케이블타이를 증거로 확보하지 않아 유실케 했다는 증거인멸 혐의만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 경감과 장윤기의 통화를 허락한 것은 장윤기의 진술을 설득하기 위한 통상적 수사 기법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경찰 영장 내용이 박 경감의 증거인멸 부분에 한정돼 수사 충돌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 송치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경찰과 동일한 범죄사실을 수사하게 되면 사건 송치를 요구해 사건을 넘겨받을 권한이 있다. 하지만 경찰이 검찰보다 먼저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는 경찰이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계속 수사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특별수사팀도 박 경감 윗선의 개입이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 수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