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5·18이 성역이 됐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6일 결국 사퇴했다. 청와대가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며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에서 낙마한 세 번째 보수 영입 인사가 됐다. 이 대통령의 ‘통합인사’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슬로건 아래 통합과 실용을 국정 기조로 강조해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고,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홍준표 전 국민의힘 대선 경선캠프 정책총괄본부장 출신으로 총리급 공직에 발탁된 이 부위원장도 그런 사례다. 하지만 이 부위원장은 배재고 야구부가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으로 중징계받은 걸 두고 “5·18이 성역이 됐다” “(징계는) 북한의 모습”이라는 등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가 “엄중 경고”한 이후에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동체가 공유하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그의 사퇴는 당연하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앞서 보수영입 인사 중 강준욱 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은 저서에서 12·3 내란을 옹호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로또 아파트’ 부정청약, 보좌진 상대 갑질 의혹 등으로 지명이 철회됐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준을 앞둔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도 내란을 옹호하고 윤석열 탄핵을 반대한 전력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청와대는 이 부위원장 사퇴 후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탕평과 포용의 가치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인사에도 원칙과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은 통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생각이 ‘틀린’ 사람까지 껴안을 수는 없다. 이 부위원장 같은 사례가 재연될 경우 정부 인사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국정 동력까지 약화할 수 있다. 집권 2년 차는 본격적으로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청와대는 인사 원칙과 기준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인요한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준 거부가 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