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청룡기 고교 야구 대회에서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5·18 폄훼 구호를 외쳐 물의를 빚은 배재고 야구부가 지난 6일 점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를 하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전국 초중고 교사 10명 중 9명은 최근 1년간 교실에서 학생들의 혐오나 역사 왜곡 표현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응원이 논란이 된 직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사 11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7일 공개한 결과다. 전국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1636명 대상 조사에서도 청소년 절반가량이 외모·성적·가정환경·지역·말투 조롱 등 온갖 혐오 표현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에 혐오 문화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사들이 마주하는 학생들의 혐오·조롱은 주로 정치인의 죽음과 사회적 약자,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 조롱’을 접한 교사는 58.2%,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교사는 57.0%에 달했다. “버킷리스트로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리기, 코알라 코 만지기” “전라도에 가려면 여권 들고 가야 한다” 등 조사에서 교사들이 증언한 발언들은 과거 극우 성향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나 쓰이던 표현들이다.
다만 학생들 상당수가 혐오 표현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희망적이다. 배재고 응원 논란을 알고 있는 학생 중 80.6%가 ‘타인이나 지역, 역사적 아픔을 조롱하는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학생들의 40.8%는 배재고 사태 반복을 막으려면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학생들이 보여준 자정 가능성을 발판 삼아 올바른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문제는 혐오 표현이 교실에 넘쳐나도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나 학부모 민원 등을 우려해 지도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학생들의 혐오 표현을 수업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다뤘다는 교사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혐오 표현을 훈육하려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교사들이 제도적 보호막이 없어 개입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교육이 될 리가 없다.
온라인 공간을 매개로 확산하는 혐오의 악습을 끊기 위해선 처벌 위주의 징계보다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적 접근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효과도 클 것이다. 그러나 이를 교사 개인에만 기댈 수는 없다. 이번 배재고 파문을 계기로 교육부와 각 교육청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교사들이 소신껏 지도할 수 있도록 ‘혐오 표현 대응 시 교사 면책 조항 신설’과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 마련’ 등 체계적인 중장기 계획 수립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