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시설 등 폭발위험 대폭 줄여
한국 중화학공업 기반 마련 기여
정유시설에 설치된 전등에서 불꽃이 튈 경우 폭발 사고 등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불꽃이 전등 내부에서 차단되는 방폭등을 사용해야 한다. 이 방폭등을 처음으로 국산화해 국내 방폭기기 산업 발전의 토대를 닦은 강영식 남북전기 회장(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지난 3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1939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산공고,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한조선공사, 성신양회공업, 포항종합제철에서 구매·설계 업무를 담당하며 산업용 전기기기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1974년 남북전기를 창업하고 산업용 방폭등(Explosion proof Lighting)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호남정유(현 GS칼텍스)의 국산화 요청 때문이었다.
석유화학공장, 정유시설, 가스시설처럼 폭발 위험이 있는 곳에서 사용하는 특수 조명인 방폭등은 안전성과 신뢰성이 매우 중요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산 제품이 없었다. 그의 회사는 수많은 폭발 시험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 1970년대 말 국내 최초의 국산 방폭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79년 상공부로부터 ‘방폭기기 전문 기계공장’으로 지정됐다.
방폭등 국산화는 당시 한국의 중화학공업과 플랜트산업 성장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0~1980년대 한국은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하던 시기였다.
정유공장,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조선소 등이 잇따라 건설됐으며 이들 시설에는 수천개의 방폭등이 필요했다. 국산 방폭등이 공급되면서 공장 건설 비용을 줄이고 납기를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됐고, 이는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또 방폭형 전동기, 방폭형 배전함 등 다양한 방폭기기를 개발하면서 국내 방폭기기 산업의 기반이 형성됐다. 석유·가스 산업이 발달한 중동 국가는 방폭기기 수요가 큰 시장이었고, 국내 기업들이 플랜트 수출과 함께 방폭기기도 납품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그는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 이사장(1991~2023), 중소기업중앙회 비상근 부회장(2007~2011),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조명산업 표준화와 중소기업 권익 보호, 협동조합 활성화에 힘쓴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족은 부인 조명숙씨와 1남4녀(강호정·현주·유정·유선·혁준), 사위 김홍석·최승혁·박진성씨, 며느리 이재희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