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여름에 유통가 이벤트 취소
재고 처분→신상품 수시 출시 전환
기후위기가 일본 유통가의 오랜 계절 판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 갈수록 길어지는 여름에 맞춰 정기 세일 시기를 늦추는가 하면 50년 넘게 이어진 세일 행사를 아예 없애는 사례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대형 쇼핑몰 체인 파르코가 올여름 정기 할인 행사인 그랑 바자르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7일 보도했다. 그랑 바자르는 1970년대 초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씩 열린 세일 행사로, 일본 유통가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길어진 여름이 있다. 소비자가 여름옷을 찾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단기간 대규모 할인 행사로 고객을 끌어들일 필요성이 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파르코 측은 “기존의 ‘캘린더성’ 판매 전략에서 탈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파르코는 세일 기간에 전 점포가 의류와 잡화를 30~50% 저렴하게 파는 기존 방식 대신 각 점포가 세일 여부와 시기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올여름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내년 여름 행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겨울 행사는 그대로 진행한다.
기후위기는 유통가의 계절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쿄 긴자의 유서 깊은 백화점 마쓰야는 2024년부터 여름 정기 할인 행사를 3주가량 늦춘 7월 하순에 시작하고 있다. 기존에는 6월 말 세일에 돌입해 여름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처분한 뒤 8월부터 가을 상품을 진열해왔지만, 더위가 10월까지 이어지면서 세일 시기를 미뤘다. 정가로도 충분히 팔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마쓰야 관계자는 “의류업체들도 대량 생산 후 재고를 세일로 처리하는 방식에서 길어진 여름에 맞춰 신상품을 수시 출시하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빨리 찾아오는 더위에 맞춰 여름 상품 출시를 앞당기거나 판매 기간을 연장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여름은 점점 더 길고 무더워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 등을 토대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주요 도시 기후를 분석한 결과 7~8월 도쿄의 최고 기온과 습도는 태국 방콕, 싱가포르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기 도쿄의 기온과 습도는 2000년대, 2010년대와 비교해 상승했으며 ‘열대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