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해 한·나토 간 방위산업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나토 방산포럼 주제연설을 통해 한국과 나토가 무기체계를 거래하는 것을 넘어 같이 만들고 함께 쓰는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협력을 확대하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8일에는 방산 수요가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양자 정상회담도 한다. 세계 국방비의 55%를 차지하는 최대 방산시장인 나토 회원국들과의 방산 협력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나토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총 5%로 증액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국방비 지출을 2030년까지 8000억 유로(약 1400조 원) 이상 늘리는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독자 방위능력 강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나토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할 의지도 밝히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글로벌 방산 수출 4대 강국’을 지향하는 한국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유럽의 ‘방산 블록’은 여전히 도전 과제다. EU는 지난해 유럽안보행동(SAFE)을 통해 회원국의 무기 구매에 저리 대출을 지원하고 부품 중 65% 이상 유럽산을 쓰도록 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최근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 프랑스 다연장로켓체계 개량형 후속 사업에서 유럽 업체에 밀려 수주하지 못했다. 한화오션이 이날 60조 원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비해 잠수함 성능이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한 이유도 나토의 안보 동맹 강화 기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나토와의 ‘윈윈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방산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
지금 국제 질서와 안보 상황은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유럽 국가들, 특히 중견국들과 연대·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방산 세일즈가 한국 외교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이 나토와 같을 순 없는 만큼 일방적으로 유럽의 편에 서서 러시아와 대립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 한반도 평화 정책과도 어긋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기 전 환송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