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종사자에 발급된 정기주차권 2만여건
기한 없어 한번 받으면 무제한 사용 가능
장기주차장 사유화로 이용객들 공간 줄어
공사, 기존 정기권 무효화·신규 발급 요건 강화
7일 텅 비어 있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 박준철기자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 아직 여름 성수기(7월25일~8월11일) 전인 7일 주차장에는 자리가 많았다. 4박5일간 친구와 함께 일본을 여행하는 A씨(26)는 대전에서 승용차를 타고 왔다. A씨는 “리무진 요금이 인천공항 주차료보다 비싸고, 짐을 운반하기도 편해 차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대전~인천 리무진 요금은 3만3200원(편도 기준)이다. 두 명이 리무진 버스로 왕복하면 13만2800원이지만, 장기주차장 요금은 4만5000원이면 된다.
반면 제2여객터미널 단기주차장은 빈 곳을 찾기 힘들었다. 이 곳은 실내에 있는 데다 아시아나항공이 제2여객터미널로 옮겨온 지난 1월 이후 갓길 주차까지 성행하는 등 ‘주차 전쟁’이 일상이 됐다. 2박 3일간 일본여행을 간다는 B씨는 “제2여객터미널 단기주차장에서는 항상 뺑뺑이를 돈다”며 “성수기에는 아예 발렛파킹(주차대행)을 맡긴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주차장은 제1여객터미널 3만5046면, 제2여객터미널 2만5685면 등 총 6만731면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이중 공항 이용객을 위해 제1·2 여객터미널에 조성한 장·단기 주차장은 3만6971면이다. 그러나 하계·동계 항공 성수기는 물론 명절·연휴 등에는 어김없이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주차전쟁 원인은 인천공항 종사자들의 과도한 주차장 사유화 때문이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 종사자들에게 발급한 정기주차권 중 무료주차권은 2만389건이나 됐다. 지난 3월 기준 인천공항공사 4697건, 17개 국가기관 6731건, 자회사 1만2505건, 항공사 122건 등이다. 인천공항공사 전 직원이 1846명인데 무료 주차권은 이보다 2배 이상 발급된 셈이다. 인천공항공사 청사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제1·2여객터미널 단기와 장기 등 총 5개 무료 정기권을 갖고 있었다.
주차권은 사용 기한이 없어 한번 발급받으면 계속 쓸 수 있다. 이른바 받아놓고 보는 식의 ‘장농 정기주차권’ 발급도 많았다.
유료주차권은 그간 항공사 승무원 6177건, 입점 상업시설 4319건 등 1만496건이 발급됐다. 인천공항의 시간당 주차요금은 단기 2400원, 장기 1000원으로 하루는 단기 2만4000원, 장기 9000원이다. 공항 종사자에게 발급하는 유료주차권은 월 요금이 단기 20만원, 장기 3만5000원으로 더 저렴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전체 공항 종사자 9만5014명 중 정기주차권 발급자의 실제 사용은 하루 5134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전체 주차장 대비 13.8%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5월 감사에서 인천공항공사가 공항 종사자들에게 발급한 정기주차권이 3만1265건으로, 전체 주차 면수의 84.5%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기주차권을 무분별하게 발급해 결국 공항 이용객의 주차장을 빼앗아 주차장 혼잡도를 가중시켰다고 지적한 바 있다.
7일 주차장이 포화돼 갓길까지 주차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단기주차장. 박준철기자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일부터 인천공항 종사자 정기권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에 발급한 정기권은 모두 무효화하고, 신규 신청은 꼭 필요한지를 따져 근무지 1곳에만 발급하기로 했다. 단기주차장은 상주직원 중 임산부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와 긴급출동 차량 같은 업무용 차량만 정기권을 발급해 여객 전용 주차공간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여객 주차공간이 1500면 증가할 예정이다.
주차장도 확대한다. 2031년까지 제1여객터미널에 3898면, 제2여객터미널에 6369면 등 1만267면을 늘린다는 것이 인천공항공사 계획이다. 특히 10년째 동결된 주차요금과 항공사 승무원 등에 발급하고 있는 유료 정기권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이용객을 위해 조성된 주차장은 고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주차장 확장계획.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인천공항 주차장 위치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