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음식 먹으며 경기 중계
당국도 영화관 산업 진흥 위해 독려
“시대변화” “영화 문화 실종” 반응
스포츠 경기 중계 전문 영화관으로 변모한 중국의 영화관. 중국 콘텐츠 기업 구두오네트워크TV영화(骨???影?) 위챗공식계정
영화관의 비명은 중국에서만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숏폼 등으로 콘텐츠가 다변화되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장악하면서 영화관의 폐업과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 영화관들은 월드컵 기간을 맞아 음식을 먹으면서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모하며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서 영화관의 변신을 두고 새로운 생존 모델에 대한 기대와 진지한 영화 감상 문화는 더욱 외면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8일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영화 규제·진흥기관인 국가영화국과 반독점 규제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3일 ‘영화관 운영의 다양화 촉진에 관한 공지’를 발표했다. 공지는 영화관이 고급 식음료 판매, 카페·서점·문구점 운영, 몰입형 체험 프로그램 등 영화관 산업을 살리기 위한 10가지 방안을 적극 권장한다.
펑파이신문은 “공지의 숨은 의미는 영화관이 더 이상 생존을 위해 영화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영화관이 수익 모델로서 “티켓 판매에서 공간적 경험 판매로 전환하는 것은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의 공지는 영화관들이 이미 자구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을 널리 알리고 승인한 것이다.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시의 주잉성광영화관은 이번 월드컵 내내 영화관에서 경기를 생중계했다. 지난 4일 오전 6시(현지시간)에 열린 아르헨티나와 카보베르데의 32강전 경기는 200명 넘는 아르헨티나 팬들이 몰리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광둥식 딤섬인 사오마이, 커스터드 번, 돼지고기 바비큐, 찹쌀닭고기 등을 먹으며 대형 스크린 앞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상영관 바깥에는 유니폼 등 기념품 판매대도 마련됐다.
지역 음식 문화와 축구에 대한 열정을 결합한 이 행사로 영화관은 예매율 90% 이상을 기록했다. 한 팬은 “집에서 보는 건 지루하고, 술집은 너무 시끄럽다. 여기서는 큰 스크린에 따뜻한 간식까지 더 해지니 편안하면서도 즐거웠다”고 말했다고 펑파이신문이 전했다.
상하이 최초의 스포츠 테마 영화관인 화샤 구메이 시네마 역시 이번 월드컵 기간에 경기를 생중계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 때 이미 전국 800개의 영화관이 경기 중계 서비스를 선보였다. 중국 대표 영화관 체인인 완다시네마는 동북슈퍼리그와 중계 계약을 맺었으며, 루이 시네마는 중국 프로축구와 장쑤성 풀뿌리 축구와 중계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변화 끝에 일부 영화관들은 티켓 판매 가격보다 음식 판매 가격으로 더욱더 높은 수익을 거둔다고 전해진다.
펑파이신문은 ‘영화관’의 진정한 생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우선 스포츠 중계 전문 영화관으로 변신한 영화관들은 기존의 복합문화공간(멀티플렉스)에 입주해 있던 곳이다. 중소규모 독립영화관들은 시도하기 어렵다. 영화관들이 여전히 박스오피스 수입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영화 산업 자체의 침체국면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뉴스 댓글이나 포털에서는 “예전에는 영화관에 몰래 음식을 반입했는데 요새는 정부가 권장한다. 시대 흐름에 발맞춘 것” “아예 영화를 테마로 한 훠궈집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화면과 음질만 좋다면 나는 훠궈를 먹으며 경기를 보기 위해 제일 먼저 달려갈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기존 영화팬 가운데 “영화 감상의 핵심은 몰입이다. 제발 음식 먹는 공간과 영화 감상은 분리하자” “티켓 가격부터 낮춰라” 등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