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진 상선 피격을 문제 삼아 이란산 원유 판매 허가를 철회한 데 이어 이란 남부 곳곳에 폭격을 가했다. 이에 맞서 “단호한 대응”을 예고한 이란은 쿠웨이트·바레인 내 미군시설에 맞불 공격을 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종전 양해각서(MOU) 휴전 협정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중부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3척의 상선을 공격한 것에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면서 이란의 방공시스템과 지휘통제망, 레이더기지 등 80여 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언론도 케슘섬과 반다르아바스, 시리크 지역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상선 공격은 부당하고 위험하며 휴전 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이번 공습은 “이란의 상선 공격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일 밤과 7일 오전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라이베리아 국적 상선 3척이 발사체의 공격을 받았다. 이는 4월 말 이후 하루 동안 발생한 공격 중 가장 많은 수다. 피격당한 상선 한 척에선 화재가 발생했고, 나머지 두 척은 약간의 손상을 입었지만 항해를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세 건의 공격 모두 오만만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해안 근처에서 발생한 것으로 미뤄볼 때, 해당 선박들이 이란이 지정한 항로가 아닌 다른 항로를 이용하다가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의 소행이라고 시인하지 않았지만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이 협의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는 것은 스스로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려는 이란의 노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군사 작전 재개와 함께 이란 돈줄 죄기에 나섰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상선 피격 발생 몇 시간 후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 허용을 위해 지난달 21일 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이란산 원유의 신규 구매는 다시 금지된다.
다만 이미 승인된 거래는 오는 17일 오전 12시 1분까지 유예기간을 두되, 거래 대금은 미국 내에 소재한 동결계좌로 지급토록 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이란과의 합의는 전적으로 성과 기반이며 이란이 모범적인 행동을 보일 때에만 (제재 완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공격한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으며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MOU 시행의 ‘전제 조건’으로 원유 수출 재개 및 동결자금 해제 등 경제적 보상을 강력히 요구해온 이란은 크게 반발했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이란 공습과 제재 면제 철회는 종전 MOU를 위반한 조치라면서 “이란은 국가의 이익과 안보를 수호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바레인·쿠웨이트 내 미군 시설 85곳을 무인기(드론)와 미사일로 타격하는 등 즉각 재보복에 나섰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미국의 MOU 위반에 대한 ‘초기 대응’”이라고 밝혀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미국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추모하기 위한 “역사적인 행사를 방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MOU 타결 후 조심스럽게 회복되던 에너지 수송이 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국적 기구인 공동해양정보센터(JMIC)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 기준을 기존 ‘상당함’에서 ‘심각함’으로 상향 조정했다.
가뜩이나 전망이 밝지 않았던 후속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두 차례의 회담 이후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으로 인해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태는 종전 MOU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뒀는지 보여준다면서 “여기에는 해협과 선박 통행을 누가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