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한 부서의 직원 전원이 안창호 인권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인권위 간부 6명이 안 위원장의 거취 결단 등을 촉구하며 보직을 반납한 바 있으나, 부서 차원의 사퇴 요구는 처음이다.
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 기획재정담당관실 직원들은 이날 오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부디 인권위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위원장님께서 대승적이고 명예로운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기획재정담당관실 직원 일동의 마음을 모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직원들은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을 의결한 위원장님이 아직 위원장으로 계신 것에 대한 외부의 따가운 시선과 국가인권 기구의 직원임에도 자랑스럽게 인권옹호자임을 표현할 수 없는 무력감 속에 하루하루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만약 위원장님이 계속 자리에 계신다면 조직과 예산, 인사, 운영 마비는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이고 직원들 간의 분열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부서원들은 “위원장님의 결단은 내외부의 비판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직·예산·인사의 문제를 풀고 벼랑 끝에 선 인권위를 살리고 상처받은 직원들이 다시 한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가장 대승적인 용단”이라고 썼다. 이들은 안 위원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하반기 국회에서는 연일 위원장님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국가인권 기구를 향한 국민의 신뢰 하락과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남은 임기 동안 뜻하신 바를 온전히 펼치기 어려운 뼈아픈 부작용만 남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부서원들은 “저희 과장님을 비롯해 오랜 시간 인권위의 역사와 함께하신 분들이 스스로 보직을 내려놓기까지 많은 고뇌가 있었음을 저희는 곁에서 지켜봤다”며 “그래서 저희들도 과장님과 같은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고 했다. 이들은 “과장님들의 보직 반납은 결코 위원장님을 향한 단순한 항명이나 조직의 질서를 흩뜨리려는 의도가 아닐 것”이라며 “오직 우리 위원회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더 이상 국민의 신뢰가 추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저희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속한 부서를 이끄는 권혁장 기획재정담당관을 비롯한 간부 6명은 지난달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안 위원장의 행보와 조직 운영 등에 항의하며 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안 위원장의 사퇴 등도 요구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이달 초 인사에서 이들 6명의 보직 반납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
권 담당관은 지난 6일 내부 게시판에 다시 글을 올려 “(저는) 위원회의 지난 행보와 향후 방향에 대해 위원장님과 커다란 생각 차이를 가진 사람으로서, 제 생각과 다른 사안에 대해 위원장님의 의중을 미리 살피고 주어지는 지시를 이행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라며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엔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지부와 공공운수노조 인권위 분회가 인권위 정상화를 위한 전 직원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이어진 간부들의 보직 반납 사태와 인권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