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모임, 광주경찰청서 기자회견
“제 식구 감싸기 안 돼, 엄벌해야”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고 이채원 학생 추모모임 관계자들이 8일 오전 광주경찰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 의혹을 규탄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엄정하게 수사하고 우리 채원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었습니다.”
광주 여고생 살해사건 피해자인 고 이채원양(17)의 어머니는 8일 광주경찰청에서 열린 장윤기 사건 엄정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뒤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양 어머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근본적인 사항도 지키지 않는 자들이 감히 경찰을 하냐”며 “경찰이라는 직분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발언 도중 잠시 말을 멈춘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왜 내 딸이 죽어야 하냐. 자식을 잃은 심정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진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장윤기 아버지는 단순한 가족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법질서를 지켜야 할 현직 경찰 공무원이었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사람이 친족 특례 규정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양 어머니는 “자식 잃은 부모의 마지막 호소”라면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관련자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고 이채원 학생 추모모임 관계자 30여명이 최근 불거진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 의혹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했다. 김미리내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 사건은 국가가 여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됐다”며 “공권력은 권력을 가진 사람 편이 아니라 시민의 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모임은 “‘경찰 가족 범죄’라는 조직 치부를 감추기 위해 윗선이 개입하고 방조한 제 식구 감싸기식 은폐수사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경찰은 범죄를 엄단하는 수사관이 아니라 가해자와 한 몸이 되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한 공범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증거 은폐 관련 경찰에 대한 구속 수사와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김영근 광주경찰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광주 여고생 살해사건 부실 수사 의혹은 장윤기 차량에서 나온 케이블타이 등 핵심 증거를 경찰이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케이블타이는 이날 뒤늦게 장윤기 아버지 집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A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현재 광주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