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들이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나자프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 행렬에서 유해를 둘러싸고 있다. AFP연합뉴스
닷새째를 맞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가 이라크의 성지들에서 이어졌다.
AFP통신은 8일(현지시간) 하메네이의 유해가 이라크 나자프의 거리를 통과하면서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메웠다고 전했다.
하메네이의 관은 이란 테헤란과 곰에서 장례 절차를 마친 뒤 전날 이라크 나자프에 도착했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와 이라크 고위 관리·종교 지도자들은 나자프 국제공항에서 관을 맞이하는 공식 영접 행사에 참석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나자프와 카르발라 거리에는 이란 국기와 하메네이의 대형 초상화, 사망한 이란 역내 대리 세력 소속 지휘관들의 사진 등이 내걸렸다. 일부 현수막에는 하메네이의 사진과 함께 “미국을 굴복시킨 사람”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기도 했다. 두 도시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음식·음료 배식소 수백개가 장례 행렬 경로를 따라 설치됐다.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나자프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관을 실은 차량이 군중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라크 당국이 조문객이 몰려들 것을 우려해 대규모 보안 병력을 배치한 가운데 인파가 계속 늘어났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일부 조문객들은 트럭 뒤편에 실린 하메네이의 관을 만지기 위해 앞으로 몰려들었다.
하메네이의 유해는 나자프를 지나 이라크의 또 다른 성지인 카르발라로 이동할 예정이다. 카르발라는 이슬람 시아파 최고 성지로 시아파 성인인 이맘 후세인이 순교한 곳이다. 나자프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이맘 알리의 묘가 있어 주요 성지로 꼽힌다.
이란 지도부가 하메네이의 장례 절차를 이라크에서도 진행하며 역내 영향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상당수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에 가담했다. 이라크는 이란과 마찬가지로 중동 국가 중 시아파가 다수인 몇 안 되는 국가다.
아랍연구정책센터의 이라크 연구자인 하리스 하산은 “이란 정부는 그들이 여전히 영향력이 있으며 그들의 지역 전략이 이란인뿐만 아니라 시아파 아랍인과 지역 전체 무슬림들로부터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이란 정부는 하메네이의 장례식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을 강조하며 그의 종교적 권위를 부각하려 하고 있다. 다만 각 외신에 따라 테헤란에서 열린 장례식 참석자 수 집계는 35만명에서 3500만명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날 하메네이의 시신을 운구한 뒤 이라크 방문 일정을 마치고 나자프를 떠났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감행한 후 조기 귀국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한 이란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의 방공시스템과 지휘통제망 등 80여개 목표물을 타격했다.
지난 4일 시작된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오는 9일 이란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성지에서 유해가 안장되며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