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급식소전국행동, 동물권단체 케어 소속 활동가들이 8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고양이 급식소 지키기 전국대회 집회’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길고양이 급식소 철거 사건에 항의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8일 동대문구청 앞에서 열린 ‘고양이급식소 전국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집회는 동대문구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길고양이 관리 규정을 만들고 급식소 철거와 급식 제한에 나선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주최 측은 “주민들이 수년간 정해진 장소에서 급식과 청소, 중성화를 이어왔는데도 행정이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방관했다”고 주장하며 동대문구청의 적극적인 중재와 시정명령을 요구했다.
고양이급식소전국행동, 동물권단체 케어 소속 활동가들이 8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열린 ‘고양이 급식소 지키기 전국대회 집회’에서 고양이들이 급식소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날 참가자들은 흰색 고양이 마스크를 쓰고 우비를 입은 채 ‘길고양이도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 ‘급식소 철거를 즉각 중단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어 급식소 철거 갈등을 재연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자 일부 참가자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길고양이 돌봄이 “생명과 공존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포에서 온 24년차 ‘캣맘’이자 동물권단체 대표인 고수경씨는 “고양이가 사람보다 먼저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자는 것”이라며 “배제보다 공존, 철거보다 협의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은 방관자가 아니라 조정자이자 감독기관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양이 급식소 지키기 전국 대회 집회’ 참가자들이 8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안효빈 기자
이들은 이번 사안을 특정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강남구에서 활동하는 이태옥씨(75)는 “동대문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길고양이를 돌보는 주민들의 사진을 찍고 미행하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말했다. 한 50대 여성 참가자는 “길 위의 생명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기보다 무조건 내쫓으려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행정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이번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18년째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전종호씨(69)는 “길고양이 돌봄은 나의 자부심이자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하는 활동”이라며 “서로 입장이 다르더라도 결국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길고양이를 보면 혐오자들의 주장과는 다르다”며 “공공의 관리 아래 충분히 공존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동대문구청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적극적인 행정 조치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길고양이 급식소 철거 사례를 모아 지자체 조례 제정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거제, 하남, 안양 등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