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291개사, 2029년 3171개사 대상 추정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028년부터 자회사까지 모두 더한 총 자산이 10조원을 넘는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같은 기후 관련 지표를 1년에 한번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오전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최종안)’을 발표했다. 지난 2021년 ESG 공시 도입 논의가 처음 시작된 지 5년만이다.
2028년부터 연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공시를 시작해, 2029년에는 5조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게 이번 최종안의 골자다.
이 기준에 포함되는 기업은 2028년 291개사, 2029년 3171개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 상장사 및 해당 기업의 종속회사까지 포함한 숫자다. 2030년에는 ‘2조원 이상’으로의 추가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온실가스 배출량, 기업활동이 기후위기에 노출된 정도 등 기후 지표를 매년 3월말 사업보고서를 공시할 때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 외 사회(S), 지배구조(G) 관련 항목은 선택적으로 공시할 수 있다.
기업의 외부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뜻하는 ‘스코프3(Scope 3)’ 공시는 3년간 유예를 둔다. 2031년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에, 2032년 5조원 이상 기업에 적용된다.
도입 초기에는 혼란을 막기 위해 면책 제도도 운영한다. 초기 3년간은 공시 오류·누락이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행정제재·형사처벌을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고의적인 그린워싱(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과장하는 행위)의 경우 책임을 엄격히 묻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최종안은 지난 2월 초안보다 크게 강화된 수준이다.
금융위가 지난 2월 초안에선 공시 기준이 ‘2028년 자산 30조원 이상, 2029년부터 10조원 이상’으로 이를 적용하면 50여개 기업만 대상이었으나 이번엔 기준을 확대했다. 공시 방식도 초안에서는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른 자율적 공시로 시작하겠다고 했으나 최종안에서는 처음부터 ‘법적 의무화’를 못박았다.
공시를 외부 독립기관이 검증하는 ‘제3자 인증’ 또한 초안에서는 ‘자율 인증 후 단계적 의무화’였지만 최종안은 구체적인 제도화 시점을 2030년으로 명시했다.
초안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최종안에 반영한 것이다. 앞서 국제기업거버넌스네트워크(ICGN) 같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기본적인 재무 정보 외에도 기후 리스크, 공급망·지배구조 등의 정보가 제공돼야 국내 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며 공시기준 확대를 요구해 왔다.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기후·에너지 리스크 관리 문제가 부상한 점도 거론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일본보다 더 적극적인 안”이라며 “국내외 투자가들로부터도 공시 대상 확대, 법정 공시 조기 전환 등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민사회와 경영계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전날 공동성명에서 “공시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자율공시 단계 없이 법정 공시가 바로 시행되면 법적 리스크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의무공시가 기후 중심에 머무른 점은 한계이며 과도한 면책 규정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며 “공시대상을 확대하고 스코프3의 공시 유예기간 3년도 단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