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실축·골대 강타·홈런슛’ 불운 시달린 16강전
막판 ‘1골 1도움’…0 대 2 → 3 대 2 대역전 드라마
축신 메시 중심으로 똘똘 뭉친 ‘원팀’ 아르헨티나
경기 종료 직후 메시에게 달려들어 포옹·행가래
동점골 넣고 환호하는 메시. 로이터연합뉴스
“사실 그 순간은 해방감의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는 울었다. 8강 진출이 확정됐다는 기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눈물이었다.
울먹이는 메시. AFP연합뉴스
그럴 만했다. 이날 메시는 개인적으로도, 팀으로도 벼랑 끝까지 몰렸다. 페널티킥을 놓쳤다. 프리킥은 골대를 때렸다. 메시답지 않은 어이없는 슈팅도 나왔다. 팀은 0-2로 뒤졌다. 남은 정규 시간은 11분뿐이었다. 39세 메시에게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마지막에 모든 게 바뀌었다.
메시는 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집트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결과만 보면 또 한 번의 ‘메시 원맨쇼’다. 그러나 과정은 전혀 달랐다. 아르헨티나는 0-1로 뒤진 전반 21분 페널티킥 찬스를 잡았다. 키커는 메시였다. 메시가 찬 공은 이집트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후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골대를 때린 프리킥이 나왔고 평소 메시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부정확한 슈팅까지 이어졌다.
이집트는 후반 22분 2-0으로 달아나는 골을 추가했다. 아르헨티나가 1958년과 1962년 브라질 이후 64년 만의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할 기회도 사라지는 듯했다.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 그렇게 끝날 수도 있었다. 그 순간 메시가 다시 나타났다.
후반 34분 오른쪽 측면에서 메시가 크로스를 올렸고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머리로 받아 골을 넣었다. 4분 뒤에는 메시가 직접 해결했다. 이집트 문전 혼전 상황에서 메시의 왼발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2-2. 탈락 직전인 아르헨티나가 극적으로 살아났다. 메시는 대회 8번째 골이자 월드컵 통산 21번째 골을 넣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2분 아르헨티나는 엔소 페르난데스의 헤더골로 승부를 갈랐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북중미월드컵 16강 경기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메시에게 달려가 행가래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메시는 “내가 페널티킥을 놓쳤고, 그렇게 차버렸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며 “그 중요한 순간 내가 팀을 실망시켰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메시는 “다행히 운명은 마지막에 나를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남겨두고 있었다”며 “결국 난 동점골을 넣었고,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해방감이었다”고 설명했다. 메시는 “오늘이 마지막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0-2로 뒤진 후반 34분부터 불과 13분여 동안 세 골을 몰아쳤다. 메시는 한 골을 넣었고 한 골을 어시스트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메시는 울었다. 동료들은 메시에게 달려들었다. 누군가는 끌어안았고, 누군가는 머리를 감쌌다. 메시를 위한 헹가래가 이어졌다. 페널티킥을 놓친 분노, 팀을 실망시켰다는 자책, 정말 내 마지막 월드컵인가라는 아쉬움, 이제 정말 우리가 탈락하는가라는 후배들의 두려움이 한꺼번에 사라진 순간이었다.
메시는 그 감정을 세 단어로 설명했다.
행복. 해방. 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