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언론 간담회에서 김진오 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저출산위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된다. 저출산위는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범부처 단위의 저출생 ‘싱크탱크’다. 저출산위의 계획을 토대로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등 각 부처가 저출생 대책을 만든다.
이재명 정부의 저출산위는 더욱 특별하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인구전략기본법에 따라서 ‘인구전략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향후 5년간 적용될 ‘제1차 인구전략 기본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8일 새 정부의 저출생·고령화 정책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저출산위 언론 간담회가 열렸다. 위원회를 총괄하는 김진오 부위원장이 참석해 1시간 반가량 정책 견해를 펼쳤다.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에 대한 답변들은 난해했다. “전월세를 살거나 무주택인 청년층, 젊은 부부에 대한 계획이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부위원장은 ‘서울시의 청년들 전월세 지원책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로 답변을 시작하더니 다음의 제안을 내놨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전·월세를 산다고 하면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임대업자가 비용을 좀 깎아주면 안 될까. 공동체 정신에 따라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제가 볼 때 지쳐간다. 지난 정부에서(도) 세금이 없었다” “(전월세를 깎아주는) 그런 선한 사마리안 같은 분들은 왜 우리나라에 나타나지 않지? 이런 것도 언론이 한 번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청년 지원책이 가족 지원책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는 이런 ‘동문서답’도 돌아왔다. 김 부위원장은 “1인 가구가 됐든 2인 가구가 됐든 가정이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똑같이 지원을 해야 되지 않나 싶다”며 “10대, 20대 초반이 사랑을 해서 아이를 가졌는데 세상이 두려워, 손가락질이 의심돼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10대의 사랑의 결실이 아이로 나타날 수 있는 현실을 간절히 소망한다”며 “아이 한 명이 태어남에 따른 그 감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들이 앞으로 20~30년 뒤에 국방의 의무를 진다. 납세 의무, 교육의 의무 등 헌법에 나와 있는 4대 의무를 수행한다. 나아가서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를 다 낸다”고 덧붙였다.
부부 합산 최대 3년까지 가능한 현행 육아휴직제도를 잘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일·가정 양립 제도 관련 질문에 김 부위원장은 “모 교수가 아이는 최소한 1년은 엄마·아빠가 돌보는 게 최고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부 합해서 2년을 하든, 1.6년을 하든 기본적으로 아이 정서와 지능에 영향을 미칠 2년 동안은 부모가 함께 있어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논의하고 틈새 정책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층의 생각과는 역행하는 듯한 발언도 다수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결혼식 비용이 많이 드는 문화를 비판하면서 “출산축하금 문화와 함께 제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축의금은 예식장만 좋은 일을 시킨다. 결혼축하금은 사람 관계에 따라선 뇌물성인 부분도 있고, 다 쓰게 된다”며 “아이를 낳을 땐 여기저기서 봉투에 돈을 넣어서 축하하는 풍토가 인식 개선에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비용으로 (돌봄이) 다 해결 안 된다”며 “경제 사정상 세수가 넉넉할 때도 있지만, 세수가 부족하면 돌봄복지 비용은 펑크 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건보(건강보험 재정)가 펑크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의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입’이라고 할 만한 자리에서 내놓는 말들이라기엔 너무 추상적이고, 개인적이며,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생애 전주기 돌봄 시스템을 만들어서 ‘K-돌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플랫폼을 잘하면 다른 나라에 한 번 수출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상황에 맞는 돌봄 시스템, 저출생 대책을 잘 만들어 가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저출산위의 인식으로 수출은커녕 당장 한국인을 설득할 만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