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와 PC를 통해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 앱과 딥시크 닷컴에 접속하자 딥시크의 로고가 떠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자국 첨단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한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할 경우 개방성을 앞세워 온 중국 AI 모델 확산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앤트로픽 수출통제’ 사태 이후 각국의 AI 모델 접근 장벽이 높아지면서 ‘소버린 AI(주권 AI)’ 구축 흐름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7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바이트댄스·Z.ai(즈푸AI) 등과 AI 모델에 대한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공개될 차세대 모델부터 통제가 적용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중국 AI 개발사들은 자사의 상당수 모델을 자유롭게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는 ‘오픈웨이트’ 전략을 취해왔다. 오픈AI·앤트로픽 등 미국 프론티어 AI 기업들이 주력 모델을 폐쇄형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접근성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이 앤트로픽의 첨단 모델에 대해 수출통제 지시를 내린 것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 AI 모델을 반도체와 같이 통제가 필요한 핵심 국가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AI 모델 성능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접근권 통제 강화에 명분이 됐을 수 있다. AI성능비교 플랫폼 아티피셜애널리시스를 보면, Z.ai가 지난달 발표한 GLM-5.2(51점)는 구글의 최신 모델인 제미나이 3.5플래시(50점)보다 성능 점수가 높았다.
향후 중국 AI 개발사들이 범용 모델에는 기존 오픈웨이트 방식을 유지하고, 최첨단 모델에는 별도 통제 방식을 두는 ‘이중 구조’를 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가성비’를 위해 중국 모델을 활용하려는 기업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모델라우팅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된 모델 1~5위는 모두 중국 모델이다. 딥시크의 첨단 모델 V4프로는 미국 첨단 AI 모델 대비 이용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AI 모델에 대한 국경 장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의 ‘소버린 AI(주권 AI)’ 구축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최근 구글과 협업해 ‘온프레미스(데이터를 AI 개발사가 아닌 자국 서버 내에 두는 것)’ 방식으로 자체 AI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날 유럽의 대표 소버린AI 개발 기업 ‘미스트랄AI’와 제조 AI 혁신을 위한 전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AI 시장에서 아시아와 유럽 대표 기술기업이 연합해 독자적 소버린 AI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임경태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중국 AI 기업들 사이에서 첨단 모델은 폐쇄형으로 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향후 이런 흐름은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이 소버린 AI 역량이 미국·중국에 이어 3위권 수준이라는 점을 활용해 해외 주요국의 소버린 AI 구축 사업에 지원 파트너로 함께하는 것도 유망한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