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델라니 홀 이민 구금 센터에서 집회 참가자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멕시코 국적 남성이 7일(현지시간) 미국 이민당국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을 도왔던 이민자도 이민당국에 체포·구금된 후 사고사로 숨졌다. 이민자 체포·구금 과정에서 잇달아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멕시코 국적 남성 로렌소 살가도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기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DHS는 살가도가 법적인 체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그가 차량으로 ICE 요원을 들이받으려 했기 때문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기를 사용한 것이라 주장했다. 살가도는 병원으로 옮겨진 후 사망했다.
살가도의 아들 로날도 살가도는 부친에 대해 “건설 노동을 하며 가족을 부양해왔다”며 “아버지는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살가도는 35년간 미국에 살았으며 세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고 후안 프로아뇨 라틴계 미국인 시민 연맹 대표가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살가도는 두 명의 동료와 건설 현장에 출근하던 길이었다.
이민자 단속·체포 과정에서 ICE 요원의 총기 사용으로 발생한 사상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AP 통신은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이민 단속이 시작된 후 ICE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최소 8번째 사망 사건”이라며 “이민당국의 초기 설명이 향후 공개된 영상과 배치되거나 반박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을 도왔던 이주민이 ICE 구금 중 사고사로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지난 3월 ICE 구금 후 숨진 아프가니스탄인 모하마드 나지르 팍티아왈(41)의 사인이 4개월 만에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사고사로 확인됐다고 이날 AP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발생한 50여건의 ICE 구금 중 사망 가운데 사고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팍티아왈은 지난 3월13일 텍사스주 자택에서 ICE 요원에게 체포된 후 다음날 사망했다. 그는 201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특수부대와 10년간 복무했고, 2021년 미군 철수와 함께 법적 절차를 밟아 미국에 입국했다. 이후에는 빵집 등에서 일했다고 한다. ICE는 사기·절도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그를 추방 대상으로 지목했으나, NBC는 “그는 두 혐의 모두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인의 미국 정착을 돕는 단체 아프간이배크(AfghanEvac)의 숀 밴다이버 회장은 “이 가족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이민자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AP 통신은 지난달 말 닷새간 ICE가 1만명이 넘는 이민자를 체포했다고 했다.
시민들은 이날 밤 살가도가 숨진 사고 현장에 모여 추모 및 항의 집회를 열고 “두려움도, 증오도, ICE도 우리 주에서 사라져라”고 외쳤다. 집회 참가자 제이니 토레스(59)는 “누구든 (살가도처럼)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사고 지역을 지역구로 둔 실비아 가르시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연방정부와 이민국이 발표한 이 사건에 대한 해명은 별도의 독립기구가 사실 여부를 조사하는 등 더 정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DHS에 팍티아왈의 부검 보고서 공개를 요청할 것이라며 “은폐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