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 차남 해리 왕자와 가수 엘튼 존, 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등 영국 유명인 7명이 데일리메일 발행사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이하 ANL)를 상대로 제기한 사생활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7일(현지시간) 패소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1990년대부터 2011년까지 타블로이드 매체인 데일리메일과 메일 온 선데이에 실린 기사 50여 건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리 왕자는 연인 첼시 데이비와의 관계, 왕실 내부 사정 등을 다룬 기사를 문제 삼았다. 다른 원고들도 사생활에 관한 보도에 관련한 정보 취득 불법성을 지적했다.
해리 왕자가 2026년 1월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해리 왕자는 엘튼 존, 엘리자베스 헐리 등과 함께 데일리메일 발행사를 상대로 불법적인 취재 수법을 통한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는 소송에 참여했다. 7월 7일 원고 패소 결정이 났다. AP연합뉴스
원고 측은 사설탐정을 통한 정보 수집, 휴대전화 음성메시지 해킹, 유선전화 도청, 의료기록 등 개인정보를 속임수로 개인정보를 빼내는 행위 즉 ‘블래깅(blagging’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NL은 해당 기사들이 친구, 지인, 왕실 관계자, 홍보 담당자, 공식 대변인 등 합법적인 취재원을 통해 얻은 정보로 작성됐다고 반박했다.
런던 고등법원의 매슈 니클린 판사는 원고들이 정보 불법 취득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단순한 의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도 봤다.
해리 왕자는 판결 직후 공동 원고인 도린 로런스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판결을 “명백하고 완전한 봐주기”라고 했다. 로런스는 1993년 영국에서 발생한 흑인 청년 증오범죄인 ‘스티븐 로렌스 살해 사건’의 어머니이자 영국의 인권운동가다. 로런스는 아들 피살 이후 자신과 가족에 관한 보도가 불법 취득 정보에 근거했다며 소송에 참여했다.
ANL은 이번 판결을 두고 “언론 자유의 압도적인 승리이자 데일리메일 저널리즘의 훌륭한 입증”이라고 했다. 5000만 파운드(약 930억원)가 든 소송 비용도 청구하겠다고 했다.
해리 왕자는 불법 취재 관행을 두고 그간 세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부터 더선 등을 소유한 뉴스 그룹 뉴스페이퍼스(NGN), 데일리 미러 발행사 미러 그룹 뉴스페이퍼(MGN)를 상대로도 비슷한 소송을 냈다.
영국 타블로이드 데일리메일은 런던고등법원 판결 직후 “해리 왕자 등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데일리메일을 무너뜨리려는 음모”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에 올렸다. 홈페이지 갈무리
해리 왕자는 소송을 두고 언론에 책임을 묻고 관행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버지 찰스 3세와 형 윌리엄 왕세자와의 갈등을 깊게 만든 주요 원인이라고 말해 왔다.
해리 왕자는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파파라치 추격을 받다 교통사고로 죽은 일에 언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아내 메건 서식스 공작부인에 대한 타블로이드 매체들의 인종차별적·선정적 보도 때문에 2020년 왕실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하게 됐다고 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