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가 당해 여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 2023년 8월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에 설치된 전력 수급 현황 전광판에 현재 전력 사용량과 금일 예상 최대 전력수요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여름철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한 대응책으로 폭염 기간 ‘에너지 휴가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제기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녹색연합은 8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후와 노동자를 위한 에너지휴가제 도입방안 토론회’를 열고 사업장 에너지 휴가제 도입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현우 탈성장과대안연구소 소장은 “한국에서는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전력 수요 피크가 발생하는 패턴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며 “총 발전 설비용량을 늘리기보다 혹서기 휴가를 통해 수요 변동을 조절하면 발전 설비 용량과 가동에 여유분을 확보하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최근 5년간 전력 수요 변화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집단 휴가 사이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업체의 여름 집단 휴가가 전력 소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폭염이 심화하는 7월 말 전력 공급예비율이 크게 떨어지다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집단 휴가 기간 다시 회복되고, 노동자들이 휴가에서 복귀해 조업이 재개되는 시기 다시 전력 공급예비율이 하락하는 패턴이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매년 5일 이상 하계 집단 휴가를 간다. 협력업체들도 이 일정에 맞춰 휴가를 가는 경우가 많아 산업 일부가 일제히 멈추는 기간으로 여겨진다.
김 소장은 2018년 7월25일에 비해 7월31일이 더 더웠지만 공급예비율은 31일이 5%가량 높았다는 점을 예로 들며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집단 휴가 개시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 소장은 “제조업체 집단휴가로 추가된 예비력은 6~7GW(기가와트)가량으로 추정된다”며 “폭염 기간 대규모 제조업체 휴가를 연장해 적절히 배치하면 원자력 7~8기가 생산할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여름철 전력 수요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의 수요 관리 방안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황인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발전 설비를 증설하는 공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수요 관리 방안이 필요하지만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의지는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에게 여름철 유급 휴가를 주면 폭염 스트레스를 줄여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 휴가제는 전력 수요 저감과 예비율 확보뿐 아니라 극한 폭염이라는 기후재난으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에너지 휴가제는 산업안전 정책이자 하절기 노동생산성 저하를 방지하는 노동환경 개선 정책의 의미도 있다”고 발언했다.
사업장 규모와 고용형태를 넘어선 제도 설계의 필요성도 거론됐다. 김 소장은 “에너지 휴가 확대에 따른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정동 금속노조에서 열린 ‘기후와 노동자를 위한 에너지휴가제 도입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김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