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세계 시간 및 환율이 표시돼 있다. 한수빈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37거래일 만에 1500원 밑으로 내려갔다. 외국인이 14거래일 만에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고,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앞두고 있어 원화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는 전장보다 29.7원 내린 1498.5원이었다. 지난 5월14일(1491.0원) 이후 처음 1500원 아래로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내내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했다. 외국인이 단기간에 폭등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리밸런싱(재배분)을 한 영향이 컸다. 이달 1일엔 심리적 마지노선인 1550원도 뚫고 1500원대 후반을 기록했다.
환율이 이날 1500원 아래로 내려온 가장 큰 배경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변화가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에서 3311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18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이들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니 원·달러 환율이 내려왔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리밸런싱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코스피 지수가 크게 떨어지면서 외국인이 다시 국내 주식을 매수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의 ADR 자금 유입 기대감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0일 미국 시장에서 약 43조원 규모의 ADR을 발행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 조달한 달러를 대거 원화로 바꾸면 환율이 떨어지게 된다. 시장에서 이를 예측하고 달러가 더 비쌀 때 선제적으로 팔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최근 한·일 양국이 환율 대응에 공조한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환율이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원화는 엔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추세다.
원·달러 환율은 SK하이닉스의 ADR 자금 영향으로 당분간 상승보다는 하락 압력을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재고조는 환율을 다시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일본 당국이 환율에 강하게 개입하면 엔화와 원화가 함께 강해질 수 있다”며 “다음 주 발표된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우려보다 낮으면 달러가 약해지면서 환율이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