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통의동의 독립서점 ‘책방오늘’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 소년이다. 불안도 공포도 못 느끼는 아이다. 아몬드 모양의 뇌 속 기관 ‘편도체’가 작아서다. 윤재의 생일날, 끔찍한 사고로 할머니는 세상을 뜨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남겨진 건 엄마가 운영하던 헌책방뿐이다. 윤재는 그곳에서 안식과 위로를 얻는다.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지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원하는 만큼만.”
개브리엘 제빈의 소설 <섬에 있는 서점>은 외딴섬에 하나뿐인 서점 ‘아일랜드 북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아내를 잃고 혼자 사는 서점 주인 피크리는 성격도, 책 취향도 까칠하다. 어느 날 서점 앞에서 아기를 발견하며 삶이 달라진다. 아기를 돌보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내 인생은 이 책들 안에 있어. 이 책들을 읽으면 내 마음을 알 거야. 우리는 딱 장편소설은 아니야. 우리는 딱 단편소설도 아니야. 결국 우리는 단편집이야.”
서울 통의동의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문을 닫았다. 한강 작가가 2018년 직접 열고,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엔 사내이사로 재직해온 서점이다. 입주한 건물이 팔려 세입자가 모두 나가게 됐다고 한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관심이 커지며 일대 부동산값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사람이 몰리며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들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현상)이다.
한 작가는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작가가 책을 읽으면 참가자들이 메아리처럼 읽는 낭독회를 많이 했다. 목조지붕이라 비가 오면 빗소리가 많이 들린다. 한번은 낭독회를 하는데 비가 쏟아져 세상에 우리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함께 있다는 그런 감각이 참 좋았다”고 했다.
윤재와 피크리가 그러했듯, 책방오늘 손님들도 책 속에서 위로받고 이웃과 만나고 세상과 연결됐을 터다. 책방오늘이 ‘잠정’ 폐업을 서둘러 마치고 ‘함께 있다는 감각’을 되살려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