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8일 2028년부터 코스피 상장사들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속 가능성(ESG) 공시를 하도록 하는 최종 방안을 확정했다.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투명성 수준을 보여주는 ESG 공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초안보다 대상 기업도 확대하고, 한국거래소 자율 공시가 아닌 자본시장법상 법정 공시로 시행키로 해 글로벌 표준에 적극적으로 부합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최종안에 따르면 2028년 연결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공시를 시작해 2029년에 5조원 이상 상장사로 확대된다. 2030년에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 공시부터 의무화하고 기후 외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부문은 선택 공시토록 했다. 도입 초기 3년간은 공시정보 전체에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면제한다. 기업 외부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를 공시토록 하는 ‘스코프3’ 공시는 인프라 구축 준비 시간을 고려해 3년씩 유예키로 했다.
정부는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수천개 자회사가 포함된 수백개의 상장사들이 법적 책임이 막중한 사업보고서에 기후 지표를 공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조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검증할 전문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기업들이 참고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견 상장사들에는 ESG 컨설팅과 함께 측정 인프라 지원도 해야 한다. 기후 부문만 의무 공시하는 한계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환경·사회·지배구조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공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번 제도를 규제나 비용으로만 봐선 안 된다. 초기 면책 기간 동안 완벽한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투자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ESG 경영으로 체질 개선을 하길 바란다. ESG 공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탄소 배출을 통제하지 못하는 기업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 노력해 ESG 공시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